"의대 쏠림 어제오늘 일 아니다"…KAIST가 내놓은 반전 처방책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3.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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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④
"학생 선택 비난 못해, 의사과학자 길 보여줘야"
바이오헬스 산업,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 4배 커

[편집자주]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에서 최근 5년간 1000명 넘는 학생이 중도 이탈했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공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의대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공계와 의료계의 처우 차이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이에 이공계 엑소더스 실태와 목소리를 담고, 현재 카이스트 등에서 대책으로 마련 중인 의사과학자 육성 계획을 소개한다. 그리고 의대 입시를 대해부하고, 의료계의 상황도 알아본다.
김하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학과장은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사회적 인식 변화와 미래 인재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택지 중 하나가 카이스트가 추진하는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인한 기자
김하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학과장은 최근 의대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사회적 인식 변화와 미래 인재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택지 중 하나가 카이스트가 추진하는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인한 기자
"의과대학 쏠림 현상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겪는 문제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고연봉 안정적 직업을 선택한다. 학생들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사회가 이들에게 '성장의 장'을 제대로 못 만들어준 잘못도 크다. 의사과학자라는 새로운 길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김하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학과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의사과학자 육성 필요성을 이같이 밝혔다. 김 학과장은 "우리나라 의대 쏠림 현상이 지나친 이유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한 문제 더 맞춰 의대에 가려고 재수·삼수를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라며 "'의사와 과학자'의 접점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이공계 이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약 2040조원)로, 반도체(4400억 달러·약 528조원)보다 4배 크다. 반도체 시장은 이미 개화해 추가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바이오헬스 분야는 아직 개척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다. 경제·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기술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카이스트는 2021년부터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2004년부터 의과학대학원에서 의사과학자를 총 250명 육성해왔지만, 한계가 있어 이를 과기 의전원으로 추가 대처한다는 것이다. 과기 의전원은 총 8년 프로그램으로, 초기 석사 3년은 의학을 배우고 1년은 과학을 배우는 계획이다. 박사 학위 4년간 의학 현장에 필요한 과학·공학 연구를 융합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총 8년 프로그램으로 의학 현장에 필요한 과학·공학 연구가 주목적이다. / 사진=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총 8년 프로그램으로 의학 현장에 필요한 과학·공학 연구가 주목적이다. / 사진=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의사과학자 교육, 국가 미래 먹여 살릴 실용 학문


김 학과장은 "의사과학자 교육은 기초과학이라기보단 실용 과학에 가깝다"며 "의학 현장에 필요한 과학·공학 연구를 하기 때문에 바이오헬스 시장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바이오헬스 분야는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삼성전자·애플급 회사가 나올 수 있다"며 "미래에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 대신 연구하는 의사과학자가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의대를 가는 경우를 보면, 직업적 안정성과 고연봉을 중시하는 부모 세대 영향이 크다"며 "이런 사회적 인식이나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부모의 영향이 있더라도 학생들이 진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의사과학자 구조를 만들어놓는 것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학과장은 의사과학자 육성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의학과 과학·공학을 융합하는 시도 자체가 없던 길인 만큼 이를 학생들이 견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병역특례 문제와 학생 연구원 처우와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학과장은 "과거 히딩크가 축구 대표팀이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고급 환경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바이오헬스 분야도 최고급 인재들에게 최고급 환경에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삼성전자급 회사가 나온다면 국가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고 경제·산업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2004년부터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해 관련 인재를 육성해왔다. / 사진=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2004년부터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해 관련 인재를 육성해왔다. / 사진=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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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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