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원유'가 된다…'도시 유전'의 꿈, 9월이 분수령

최경민 기자, 세종=김훈남 기자 기사 입력 2023.03.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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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플라스틱 순환경제 ③도시 유전

[편집자주] 플라스틱 재활용은 '가면 좋은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 됐다.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따르지 않으면 생수 한 병 사고 파는 것도 어려워진다. 페트병부터 비닐까지 모두 재활용 가능한 순환경제 생태계가 중요한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의 단계별 공정 /대전=이기범 기자 leekb@
SK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의 단계별 공정 /대전=이기범 기자 leekb@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중요한 한 축은 '도시 유전' 사업이다. 더러운 폐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는 빠르면 오는 9월 확정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SK지오센트릭,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등 기업들의 열분해유 사업에 대한 실증특례를 진행하고 있다. 열분해유를 원유와 희석해 플라스틱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뿐만 아니라 휘발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정유 공정 원료로 활용해도 되는지를 따지는 과정이다.

이들 기업은 비닐이나 이물질이 많이 묻은 폐플라스틱을 300~800도 고온에서 가열해 일종의 '원유' 상태로 되돌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닐과 더러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으로 꼽힌다. 원유와 비슷한 상태가 된 열분해유는 납사로 재활용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제 과정을 거쳐 등유·경유·휘발유처럼 연료로 쓸 수 있다.

열분해유의 납사 제조 활용은 지난해 허용됐다. 환경부는 폐기물 관리법 개정을 통해 열분해유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폐기·소각 신세를 면키 어려운 비닐이나 더러운 폐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열분해유의 경우 '연료'로는 일종의 난방용 보조연료(등유)로만 소수가 활용해왔다. 열분해유를 경유, 휘발유 등을 만드는 과정에 폭넓게 활용하려면 품질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차량 등에 쓸 때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는지를 당연히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의 실증특례는 이같은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증특례는 SK지오센트릭,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오는 9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케미칼은 내년 2월까지다. 이 결과를 보고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결론나면 석유사업법 개정 등의 과정을 거쳐 '도시 유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업계는 이같은 과정을 무리없이 거쳐, 열분해유 활용에 걸림돌이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만 연간 1000만톤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이 중 70% 이상이 폐기·소각 신세를 못 면하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유전'이 활성화되면 폐플라스틱 재활용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가 등유로만 알음알음 쓰던 열분해유를 정제과정을 거쳐 휘발유나 경유처럼 활용할 수 있다면 폐플라스틱 시장이 정말 '도시 유전'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폐기될 수밖에 없는 상태의 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 과정을 거쳐 재자원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경제적으로 모두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최경민 기자
  • 기자 사진 세종=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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