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에서의 데이터센터 화재 등 디지털 인프라와 관련한 사고가 민간·공공 시스템의 불안을 야기한 경우는 드물지 않다. 이번 사고로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 기본계획 수립 의무대상으로 지정해 제도적으로 안정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비상전원 공급, 왜 지연됐나... "현장 안전이 최우선"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K C&C,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일(15일) 오후 3시19분쯤 경기도 판교 소재 SK C&C 데이터센터 지하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과 SK C&C 전기 전문가들은 화재를 진압해 나가며 안전성 확인과 함께 부분적으로 전력공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했고 문제된 서비스들도 부분적으로 복구가 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 화재는 전기실에서만 발생했을 뿐 입주사들의 핵심 데이터를 저장·운용하는 서버·스토리지 등 전산설비는 무사했다. 덕분에 전력공급이 순차적으로 재개되면서 카카오 서비스도 복구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화재 하나로 기간시설인 데이터센터가 전면 가동중단에 들어간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성이 최우선인 시설로 주 전력 공급원이 차단되더라도 다양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전력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다. 판교 데이터센터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연면적 8만여㎡(약 2만4300여평)에 A,B동 두 동으로 구성된 SK 판교캠퍼스의 일부다. 이 시설 지하3층에 위치한 전기실에서 문제가 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전기실에는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15만4000볼트의 초고압 전력의 수전(受電) 설비를 비롯해 변전(變電) 장비 등이 있다. 여기에 비상시 자체적으로 전산장비에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UPS(무정전 전원장치) 및 비상가동을 위한 디젤 발전기도 있다.
이번 사고는 지하 전기설비들이 모여있는 공간 중 배터리를 모아둔 곳에서 발생했다. 이번 화재의 완전 진압이 그만큼 오래 걸렸던 것도 바로 배터리 화재 때문이었다. 다만 이 배터리 제조사가 어디였는지, 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SK C&C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전기실이 전소됐더라도 전력을 공급하려고만 결정했다면 언제든 전력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다만 화재진압 과정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전체에 대한 전력공급 차단 결정이 내려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예비전력 등 데이터센터 안정성을 위한 인프라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운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도입이 논의됐다. 2020년 3월 당시 민생당 소속 박선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주요 방송통신 사업자'에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 사업자'를 포함하고 △방송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의 내용에 주요 데이터 보호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당장 관련 기업들이 반발했다. 방송사, 대규모 통신사업자에 적용되는 규제를, 법령상 '부가통신 서비스' 사업자로 분류돼 있는 민간 IDC 기업에 부과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또 법제사법위원회도 법안심사 과정에서 이미 IDC 대부분이 '주요 정보통신시설'로 지정돼 있어 이중규제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당시 과기정통부가 IDC의 중요성 및 사후규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음에도 이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재난관리 기본계획 의무기관 편입 논의는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 발생 직후 과기정통부는 행정안전부, 소방당국과 상황실을 꾸려 대책에 나섰고 이종호 장관도 직접 이날 화재 현장을 찾았다.
이 장관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모든 데이터가 집적되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관리나 정보통신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며 "그간 법률상 이 서비스들은 '부가통신 서비스'로서 기간통신 서비스에 비해 그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돼 왔지만 부가통신 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어제 우리가 경험했듯 국민들의 일상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활동이 마비될 우려도 있는 만큼 정부도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도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 기자 사진 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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