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택소노미와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사 입력 2022.08.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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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얼마 전 '스타트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그리고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주제로 한 행사가 열렸다. 가상발전소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주최한 이 행사에 500여명의 사람이 온·오프라인으로 모였다.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대다수가 스타트업을 위한 RE100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투자자로서 ESG와 RE100에 관심을 가진지는 꽤 됐지만 최근 몇 년 새 이런 큰 흐름의 변화는 내게도 놀라운 일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사 120여곳울 대상으로 조사한 'ESG 인식보고서'를 발간했다. 80%에 달하는 투자사가 앞으로 ESG를 고려한 투자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전체 운용자산의 25% 이상을 ESG 투자에 할당하겠다고 답한 투자사도 70%에 달한다. 내년부터 전체 자산의 50%에 달하는 약 500조원을 ESG 등 책임투자에 할당하겠다는 국민연금의 선언과도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ESG를 비롯한 책임투자를 '착한 투자'로 부르는 목소리도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새로운 기준이자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똑똑한 투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움직임의 시작은 유엔의 책임투자였지만 기름을 부은 것은 얼마 전 공개돼 자본시장과 기업들을 분주하게 만든 '택소노미'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에서 활동하거나 혹은 EU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EU의 택소노미 기준을 맞추면 더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지난해 말 공개된 K택소노미 역시 금융계에서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택소노미가 중요한 이유는 환경친화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정책당국은 물론이고 자본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선택, 혹은 역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발 택소노미는 그리니엄(그린+프리미엄의 합성어, 녹색채권 발행 시 일반채권보다 금리를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현상)과 그린디메리트(그린+디메리트의 합성어, 친환경과 관련없는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경우 금리를 더 부담하거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현상)를 촉발했다.

택소노미 접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ESG나 택소노미의 촉발과 확산은 주로 기후위기로 시작해 무엇이 환경친화적인 경제활동인지 아닌지를 구분했다. 하지만 최근 EU에서 가시화하는 소셜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판별할 기준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근로환경, 채용투명성 등 노동·인권 이슈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춰 임팩트 투자사로서 소풍은 곧 자체 기후프로그램을 론칭할 예정이다. 자본시장 관점에서 택소노미는 리스크 감소라는 맥락으로 이어지지만 임팩트를 고려하는 자본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솔루션에 투자한다. 특히 기후위기는 기술적 접근이 더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소풍의 기후프로그램은 기술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한 예비창업자들을 찾고 지원하는 펠로십, 예비·초기 기후창업팀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끝으로 이들의 성장과 지원을 위한 정책, 법률, 컨설팅 등 지원그룹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기후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초기단계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00억원 규모의 기후펀드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100% 민간으로 조성된 자금이다.

ESG와 택소노미가 기본규칙으로 자리잡아갈 예정이지만 아쉽게도 스타트업들의 대응은 사람들의 빠른 인식전환에 비하면 여전히 더디게 느껴진다. 이 움직임이 자본시장에서 촉발됐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어떤 대응체계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됐다. 녹색 인프라 투자나 녹색 공시제도, IFRS 등 회계기준과 연계 등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택소노미도, ESG도 결국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친환경기업과 친사회기업에 자금이 몰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도, 더 크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바탕인 자본주의도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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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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