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
과거 스타트업 창업자 멘토링을 시작했을 때 내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한 것들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5분도 채 듣지 않고 30분을 장황하게 떠든 적이 많았다. 이런 식으로 50여명의 창업자들을 만나 애정을 쏟으면 무언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제안한 대안이 채택되는 건 고사하고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한번은 상담하러 왔던 대표에게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을지 정중히 여쭤보았다. 충분히 듣고 인정해 주는 멘토를 더 선호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렇게 해서 나만의 멘토링 방식인 4:1:1 법칙이 탄생했다. 1시간 멘토링에서 40분은 듣고, 10분은 질문하고, 마지막 10분은 함께 토론하는 걸로 안배한 것이다.
사업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자리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미팅 시작 전에 얻고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보는 편이다.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40분 정도 듣다보면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 시간 동안 메모하면서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만족해 한다. 발표 장표가 끝나면 10분간은 메모해뒀던 궁금한 내용에 대해 질문과 답을 통해 창업자와의 교감을 쌓고, 마지막 10분은 현재 A방법으로 하고 있는데 B방법도 있으니 한번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라고 옵션을 드리는 방식으로 조언을 한다.
간혹 좋아하는 TV 드라마에 과몰입하다 보면 '저건 내 이야기인데'하고 감정선이 요동치고 '나라면 저렇게 안했을거야', '참, 어쩜 저러냐?' 하고 장기판 훈수쟁이로 변할 때가 있다. 그게 창업자 멘토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모습 중 하나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하다.
평소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훈련이 회의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 모두에게 최소한 한마디씩 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뇌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하려고 생각을 정리할 때 활성화되는데 회의의 내용과 맥락에 맞게 말을 하려면 자기 차례가 오기 전까지 다른 사람의 얘기를 경청할 수 밖에 없다. 정보 공유의 효율이 더 좋아지고, 업무의 진행 속도도 빨라지는 건 덤이다.
근래에 명절 연휴를 잊고 일하는 16명의 창업자를 오전과 저녁에 각각 2명씩 4일간 나눠 온라인 화상 회의를 통해 만났는데 돌아보니, 지난 10년 동안 천여 명이 넘는 창업자에게 4:1:1 방법을 써왔던 것 같다. 멘토링 후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창업자가 고맙고, 또 이런 기회를 디캠프에서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솔직히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상임이사직을 제안받았을 때 대기업에서 수익 극대화 업무를 해왔던 내가 남의 성공을 돕는 일을 과연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당시 이런 고민을 잠재워준 지인을 최근 만났는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한다고 했을 때도 보기 좋았지만, 공익재단 디캠프에서도 청년 창업자를 돕는 소중한 그 일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소중해 보이고, 그래서 늘 기도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디캠프에서 그 기회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기도해 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더 힘이 나고 고맙다. 디캠프 오피스아워를 통해 한달에 10여분 정도 만나는데 앞으로 더 많은 창업자를 만나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멘토가 되고 싶다.
디캠프 오피스아워는 2014년부터 400회 이상 진행돼온 전문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투자, 마케팅, 기술 등 스타트업 성장에 필수적인 다양한 분야 최고의 멘토들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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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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