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 조건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미래혁신단장 기사 입력 2022.03.0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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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악어새'라는 새가 있다. 몸길이는 약 22㎝로 머리 꼭대기와 등은 검은색이고 아랫면은 연한 갈색의 황새목 제비물떼샛과에 속한 이집트물떼새다. 그런데 왜 악어새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뭍으로 나와 입을 벌린 채 쉬고 있는 악어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책 '역사'에 '벌어진 악어 입속에서 악어새는 거머리들을 먹어 치운다. 이런 관계는 이롭다'고 기록했다. 이후 이집트물떼새는 여러 서적에 악어새로 등장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공생관계를 설명하는 예로 사용된다.

최근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이란 이름으로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미국 버클리대학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 그의 저서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The New Imperative for Creating and Profiting from Technology)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이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시장확대를 추진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혁신활동으로 반드시 스타트업과 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대기업은 사회공헌과 기업홍보를 위해 진행하던 데모데이 수준을 넘어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설립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와 보육까지 한다. 나아가 기술이전 등을 위한 비밀유지협약(NDA) 체결 및 M&A(인수·합병) 등에도 적극적이며 때로는 대기업간 경쟁이라도 하듯 스타트업과 관계를 넓혀나가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시장의 변화다. 대기업이 대형 미디어를 통해 시장을 만들어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고객의 요구사항도 다양해졌다.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이 같은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둘째는 스타트업이 변화하는 시장을 주도하면서 신제품 및 서비스 출시주기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전통적 마케팅 프로세스를 고집하는 대기업은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셋째는 쿠팡,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좋은 인재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몰리면서 대기업도 기술개발을 위한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수준까지 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 스타트업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스타트업은 세상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엄청나고 대단한 기술보다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필요 시 대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에 연계해 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혁신기술들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마인드가 변화하고 있다. 대기업을 고객으로 보고 기술을 영업하는 것을 검토해볼 시점이다. 사용자를 알고 만드는 제품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으니 말이다. 스타트업은 애플이라는 거대공룡이 만든 아이폰을 만들 수는 없지만 아이폰 속에서 크게 성장한 페이스북은 만들 수 있다.

사실 악어는 악어새가 필요 없다. 악어의 치아는 평생 3000개 넘게 빠졌다가 새로 나기를 반복하고 또 앞니는 포획물을 물기 위한 용도로 간격이 넓어 치아 사이에 이물질이 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집트물떼새 또한 작은 벌레나 식물의 씨앗과 열매를 먹기 때문에 악어의 치아에 낀 고기를 먹지도 않는다.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악어와 악어새는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창업생태계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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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미래혁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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