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대한민국 창업 인식 조사]
창업 고려하지 않는 이유 1위 '실패 시 경제적 타격'
"창업 장려 정책만으로는 생태계 활성화 힘들어"
[편집자주] 창업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야 일자리가 생기고, 혁신이 일어나고, 경제가 순환한다. 인터넷·스마트폰·전기차·AI 등 세상을 바꾼 이 모든 것들도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2026년 대한민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창업생태계의 선순환이 시작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머니투데이가 오프라인 창간 25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창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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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창업 환경에 대한 국민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무엇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역동적인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선 창업 기회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창업 실패 시에도 생활이 위협받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지난 5월 리서치 테크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20~59세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2026년 대한민국 창업 인식' 설문조사(인구 비례할당 추출·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0%p)에 따르면, 창업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1.4%, 창업환경이 '좋다'는 응답은 12.1%에 불과했다. 창업 수요에 비해 창업 환경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다는 의미다.
둘 사이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실패 리스크와 경쟁에 대한 부담이다. 이번 조사에서 창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항목은 '실패 시 경제적 타격이 두려워서(49.0%, 중복응답)'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한다'는 응답(41.3%)도 뒤를 이었다.
실패에 대한 우려는 청년층으로 갈 수록 더 컸다. 창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실패 부담·낙인 문화'를 꼽은 응답은 20대에서 43.1%로 2위였다. 30대에선 4위(37.2%), 40대에선 5위(28.0%), 50대에선 7위(19.6%)로 윗세대로 갈수록 다른 요인들을 어렵게 느꼈다.
20대가 생각하는 한국에서 창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그래픽=최헌정
도전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 '초기 창업자금 부족' 같은 문제보다 부실한 사회적 안전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이 창업 실패 후 재도전이 가능한 환경인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절반인 50.0%가 "그렇지 않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긍정 평가는 13.7%에 불과했다.
한 벤처캐피탈(VC) 대표는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인생이 어려워진다는 구조적, 문화적 문제가 예비창업자들의 발목을 잡는다"며 "이런 문제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 단순히 도전하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식의 창업 정책으로는 진정한 창업 열풍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폐업 후 재도전 기틀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재도전 지원 대책 마련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금융권의 창업자 연대책임 금지 의무화 등 정책 입안은 아직 논의될 뿐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실패한 창업자에 대한 지원이 '재도전 자금'에 집중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 번 실패한 창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면서 또 창업에 뛰어들게 하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며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면 창업이 아니라 취업 등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대학생 창업이 열풍이 불었던 건, 당시 IT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 구인난'이 펼쳐질 만큼 취업도 활발했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폐업해도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이 실패 부담을 낮췄고 창업 열풍으로 이어졌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 확산 등의 영향으로 취업 문이 점점 좁아지는 구조가 실패에 대한 부담을 급격히 상승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