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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과 회의하는 천예슬 비비드헬스 대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차세대 비만치료제가 국내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단기간 체중 감량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그 이후의 '관리' 공백은 여전하다.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응하고 감량 후 '요요' 없이 체중을 유지하도록 돕는 서비스가 부족해서다. 이 틈을 파고든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삐약' 운영사 비비드헬스다.
삐약은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이다. GLP-1 비만치료제 복용 시작부터 중단 이후의 유지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GLP-1 주사 부작용 대응 △용량 조절 △식단 및 운동 추천 △비만약 후기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비교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 등을 한데 담았다.
천 대표는 "관리는 평생 이어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괴로워서는 안 된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앱에서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치료나 진단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할 수 있는 관리"라고 말했다. 이어 "정답을 훈계하듯 제시하는 서비스는 오래 사용되기 어렵다"며 "삐약은 사용자를 가르치는 앱이 아니라 힘든 과정을 함께 걸어가는 동행형 서비스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이러한 지향점은 비비드헬스가 내세우는 '생기발랄함'에도 담겨 있다. 회사 이름인 '비비드(Vivid)'와 노란 병아리 이미지의 삐약 로고에는 부담스럽고 힘든 체중 관리 대신 조금 더 친근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 경험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해 1월 출시된 삐약은 약 1년 만에 누적 사용자 수 14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최소 1만명 수준이며,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최소 5만명 수준이다. 주요 사용자는 30·40 여성과 남성이며 평균 BMI는 30 수준이다. 일반적인 다이어트 앱과 달리 남성 이용자 비중이 4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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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복용 경험을 데이터로…비만약 생활 인프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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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드헬스 기업 개요/그래픽=임종철
천 대표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개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과거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삭센다'를 처방받았다.
천 대표는 "당시 급격하게 체중이 불어나 삭센다를 처방받았지만 이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후기, 정보를 구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힘들었다"며 "다이어트 커뮤니티를 찾아봤지만 그곳은 바디프로필 등 이미 날씬한 사람들이 추가로 감량하기 위한 팁을 공유하는 공간이었을 뿐 실제로 약물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천 대표는 자신과 비슷한 약을 복용하는 20여명과 카카오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약 복용 후기 등을 주고받기 시작하며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천 대표는 복용 후 변화와 부작용, 체중 감량 추이 등을 엑셀로 정리해 공유했으며, 이곳에서 나눈 정보와 경험이 향후 삐약 서비스의 토대가 됐다.
동시에 천 대표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별도로 조사하면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에 상륙할 경우 GLP-1 계열 치료제가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 다이어트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사용자 경험과 관리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삐약이다.
삐약의 핵심은 기록과 시각화다. 이용자는 약 복용 시점과 체중 변화 추이, 감량 속도 등을 그래프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작용이 생겼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물론 식단·운동 관리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약을 맞는 동안의 경험을 흩어진 감각이 아니라 한 눈에 볼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해주는 셈이다.
커뮤니티 기능도 강점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기록을 공유하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 비만약 복용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부작용, 감량 속도, 중단 시점, 유지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따라오는 만큼 비슷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회사는 현재 약 200만건 이상의 실제 투약-효과 데이터를 축적했다. △체중 구간별 감량 추이 △생활습관 변화와 효과의 상관관계 △ 장기 투약자의 건강 지표 변화 등 다양한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쌓고 있는 것.
천 대표는 "누적된 데이터는 결국 진입장벽이 된다"며 "데이터가 쌓일수록 사용자별로 더 정교한 관리가 가능해지고, 그만큼 경쟁사보다 반 발자국 앞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감량 속도가 다른 사용자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 어떤 시점에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등을 더 정교하게 제시하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복용 초기·복용 중·단약 이후 각 단계에서 필요한 단백질 양 등 영양 성분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데이터 기반 맞춤형 건강 제품군으로의 확장도 구상 중이다.
천 대표는 "중요한 건 단기간에 얼마나 빨리 빼느냐보다, 그 이후에도 무너지지 않고 자기 몸을 이해하며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라며 "삐약은 사용자가 비만약 복용 전후의 긴 과정을 덜 외롭고 덜 막막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돕는 동행형 서비스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