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벤처투자를 하지 않았던 중소형 연기금이 처음으로 2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출자에 나선다. 정부 모태펀드와 함께 벤처펀드에 출자할 '모펀드' 출자에 나서면서다. 정부는 연기금들의 벤처투자를 점차 확대해 AI(인공지능) 등 혁신 벤처·스타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오전 임기근 제2차관 주재로 '제89차 투자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LP 첫걸음 모펀드' 출자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LP 첫걸음 모펀드'는 벤처투자 시장 확대를 위해 벤처펀드 출자 실적이 없는 기관들이 자금을 출자하도록 유도하는 벤처 모펀드다. 출자 연기금에는 우선손실충당과 풋옵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동안 대형 연기금은 개별적으로 벤처펀드 출자를 진행했지만, 중소형 연기금들이 여유자금을 통합 운용하는 '연기금투자풀'에서는 벤처펀드에 출자하지 않았다. 위험자산이란 우려 등이 반영돼서다. 그러나 AI 등 혁신산업이 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 활성화되면서 벤처투자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연기금투자풀의 벤처펀드 출자를 공약하면서 이번 출자가 결정됐다.

이번에 벤처펀드 출자를 결정한 기금은 무역보험기금이다. 무역보험기금이 200억원을 출자하면 모태펀드가 200억원을 매칭출자하고 펀드를 운용할 한국벤처투자가 GP(운용사) 몫으로 5억원을 출자해 405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자펀드 선정을 거쳐 이르면 연말부터 실제 투자가 가능하다.

관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벤처업계는 올해 초부터 벤처기업협회를 중심으로 연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를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벤처투자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며 "시장에 참여주체를 늘리고 규모를 키운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무역보험기금을 시작으로 연기금의 벤처펀드 출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다. 기재부에 따르면 연기금투자풀의 운용자산은 약 40조원으로, 현재 61개 기금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기존 벤처투자를 해왔던 대형 연기금들에도 벤처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공약한 만큼 전체 벤처출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기근 기재부 차관은 "연기금도 이제 AI 등 산업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및 기후 위기 대응, 지역소멸 대응 등 새 정부 핵심 전략 과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때"이라며 "역대 최초 연기금투자풀 벤처투자를 계기로 연기금이 AI 등 혁신벤처 분야에 투자하여 벤처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기금의 수익성·안정성도 동시에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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