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 개최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전주기 지원체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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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사진=류준영 기자 "딥테크는 국가 전략, 안보, 경제를 동시에 아우르는 중대한 분야다. 기술의 초기 발굴에서 사업화, 글로벌 확산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생태계를 설계해야 할 때다."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3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딥테크 기반 기술사업화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민간의 전략이 결합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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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으로 진화하는 전략기술…"딥테크는 기술 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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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과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등에서 국가 전략기술 정책을 주도한 경험을 언급하며, 딥테크를 AI,(인공지능) mRNA(메신저리보핵산), 양자, 에너지, 우주항공 등 다양한 전략기술이 융합된 형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딥테크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기술 블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가 각각 제시한 전략기술 분야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정책과 사업이 기술 간 융합을 반영해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간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딥테크는 초기 단계부터 민간 주도의 혁신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 대표적 교본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라고 말했다. 두 기업은 기술 내재화 전략을 통해 센서, 로봇, AI 등 공통 기술을 수직적·수평적으로 통합해 사업화에 성공했고, 이는 딥테크 산업의 미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맨해튼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 등 국가가 주도한 대형 프로젝트가 기술도약의 변곡점을 만들어온 것처럼, 이제는 민간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글로벌 확산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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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진화하는 기술…뒤처지는 사업화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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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기술의 발전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정 이사장은 "mRNA 백신, 알파폴드, 유전자 편집 기술 등 과거 수십 년 걸리던 연구성과가 5~10년 내에 사업화되고 노벨상까지 받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술사업화 환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양자, 에너지 등 고위험·고비용 분야는 기술 검증만 해도 수백억 원이 들고 수년이 소요된다. 그는 "기존 4년 투자, 4년 회수 구조로 짜인 공공투자시스템으로는 딥테크를 감당할 수 없다"며"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가능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글로벌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딥테크는 국내 시장만 보고 접근해선 안 된다"며 최근 대덕연구단지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글로벌 기술이전 사례에 주목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신약 스타트업 '큐오버스'는 국내 정부 과제에서 줄줄이 탈락했지만, 치매 관련 정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제약사와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는 "국내에선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선 통할 수 있다"며 "큐오버스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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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신도 병행돼야…"간편결제가 유니콘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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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애물 제거도 필요하다. 정 이사장은 과거 미래창조과학부 재직 시절 '간편결제 TF'를 이끌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규제 개선이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의 기반이 됐다"고 회상했다.
수소 액화 드론을 개발 중인 한 스타트업 사례도 언급됐다. 기존 가스안전 규제가 대형 설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소형 스타트업의 실증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연구개발특구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해결됐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기술사업화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전 건수나 특허 등록 수가 아니라, 실제 창업과 상장, 글로벌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는 성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례를 들어 "한때 예산의 3분의 1을 기술이전 수입으로 충당할 정도로 체계적이고 책임 있는 사업화 조직을 운영했다"며 국내 연구기관도 보다 전략적인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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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략기술 전진기지로…'특구 4대 추진전략'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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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연구개발특구는 이제 단순한 기술사업화 조직을 넘어, 국가 전략기술 실현을 위한 전진기지로 진화해야 한다"며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연구소기업 전주기 지원이다. 전국 약 2000개 연구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발굴부터 창업, R&BD, 실증,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 지원을 강화한다.
딥테크 전용 펀드도 운영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AI 반도체 기업 '알피오'처럼 유망 딥테크 기업에 장기·고위험 투자를 지속해왔다.
기술 분야별 특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정 이사장은 "기존 일괄형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AI·양자·바이오 등 기술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사업화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실증도 확대한다. 그는 "관련 예산을 올해 50억원에서 내년 100억원으로 늘려 특구 기업들이 해외에서 PoC(기술검증) 및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딥테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며, 실패 가능성도 크지만, 결국은 미래를 여는 기술"이라며 "국가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앞으로도 단순한 기술 중개기관을 넘어서, 공공기술이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전주기 생태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