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는 10년 게임…4년짜리 펀드론 못 키운다"

제주=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7.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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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 개최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전주기 지원체계 강조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사진=류준영 기자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사진=류준영 기자

"딥테크는 국가 전략, 안보, 경제를 동시에 아우르는 중대한 분야다. 기술의 초기 발굴에서 사업화, 글로벌 확산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생태계를 설계해야 할 때다."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3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딥테크 기반 기술사업화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민간의 전략이 결합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융합으로 진화하는 전략기술…"딥테크는 기술 블록"


정 이사장은 과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등에서 국가 전략기술 정책을 주도한 경험을 언급하며, 딥테크를 AI,(인공지능) mRNA(메신저리보핵산), 양자, 에너지, 우주항공 등 다양한 전략기술이 융합된 형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딥테크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기술 블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가 각각 제시한 전략기술 분야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정책과 사업이 기술 간 융합을 반영해 설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간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딥테크는 초기 단계부터 민간 주도의 혁신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 대표적 교본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라고 말했다. 두 기업은 기술 내재화 전략을 통해 센서, 로봇, AI 등 공통 기술을 수직적·수평적으로 통합해 사업화에 성공했고, 이는 딥테크 산업의 미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맨해튼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 등 국가가 주도한 대형 프로젝트가 기술도약의 변곡점을 만들어온 것처럼, 이제는 민간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글로벌 확산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뒤처지는 사업화 환경


딥테크 기술의 발전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정 이사장은 "mRNA 백신, 알파폴드, 유전자 편집 기술 등 과거 수십 년 걸리던 연구성과가 5~10년 내에 사업화되고 노벨상까지 받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술사업화 환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양자, 에너지 등 고위험·고비용 분야는 기술 검증만 해도 수백억 원이 들고 수년이 소요된다. 그는 "기존 4년 투자, 4년 회수 구조로 짜인 공공투자시스템으로는 딥테크를 감당할 수 없다"며"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가능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글로벌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딥테크는 국내 시장만 보고 접근해선 안 된다"며 최근 대덕연구단지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글로벌 기술이전 사례에 주목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신약 스타트업 '큐오버스'는 국내 정부 과제에서 줄줄이 탈락했지만, 치매 관련 정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제약사와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는 "국내에선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선 통할 수 있다"며 "큐오버스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규제 혁신도 병행돼야…"간편결제가 유니콘을 키웠다"


딥테크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애물 제거도 필요하다. 정 이사장은 과거 미래창조과학부 재직 시절 '간편결제 TF'를 이끌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규제 개선이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의 기반이 됐다"고 회상했다.

수소 액화 드론을 개발 중인 한 스타트업 사례도 언급됐다. 기존 가스안전 규제가 대형 설비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소형 스타트업의 실증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연구개발특구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해결됐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기술사업화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전 건수나 특허 등록 수가 아니라, 실제 창업과 상장, 글로벌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는 성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례를 들어 "한때 예산의 3분의 1을 기술이전 수입으로 충당할 정도로 체계적이고 책임 있는 사업화 조직을 운영했다"며 국내 연구기관도 보다 전략적인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전략기술 전진기지로…'특구 4대 추진전략' 제시


정 이사장은 "연구개발특구는 이제 단순한 기술사업화 조직을 넘어, 국가 전략기술 실현을 위한 전진기지로 진화해야 한다"며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연구소기업 전주기 지원이다. 전국 약 2000개 연구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발굴부터 창업, R&BD, 실증,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 지원을 강화한다.

딥테크 전용 펀드도 운영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AI 반도체 기업 '알피오'처럼 유망 딥테크 기업에 장기·고위험 투자를 지속해왔다.

기술 분야별 특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정 이사장은 "기존 일괄형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AI·양자·바이오 등 기술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사업화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실증도 확대한다. 그는 "관련 예산을 올해 50억원에서 내년 100억원으로 늘려 특구 기업들이 해외에서 PoC(기술검증) 및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딥테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며, 실패 가능성도 크지만, 결국은 미래를 여는 기술"이라며 "국가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앞으로도 단순한 기술 중개기관을 넘어서, 공공기술이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전주기 생태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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