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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기업가 정신 더 중요해져"

김상희 기자, 백재원 기자 기사 입력 2024.09.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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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사진=김상희 기자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사진=김상희 기자
올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엔비디아였다. 챗GPT가 공개된 이후 본격적으로 AI 시대가 열리면서 AI 구현의 핵심 부품인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몸값이 올랐고, 이 분야의 지배적 영향력을 지닌 엔비디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세계 시총 1위 기업에 오르기까지 했다.

엔비디아가 AI 시대 주요 기업으로 부상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진정한 AI 수혜 기업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부품 기업이 주목받은데 비해 AI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낸 기업은 아직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기에 기회를 잘 잡으면 스타트업 중에서도 인터넷, 모바일 시대의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의 이호재 대표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에 기업가 정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다음은 일문일답.

-AI 시대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진단하나.
▶1년에 2500여 개 업체를 살펴보는 데 이제는 AI 기술 없이 오는 곳이 없을 정도다. 대부분은 AI 활용을 마치 대단한 것처럼 설명한다. 그리고 정부 등이 추진하는 방향성에 맞춰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비즈니스의 본질 앞에 AI를 내세우는 것이다. 너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
사실 국내 스타트업의 자체 AI 기술력은 그리 높지 않다. 대부분 오픈AI 등 대기업에서 만든 것을 가져와 쓴다. 그러나 실제로 기술력은 그렇게 높을 필요가 없는 게 맞다. 중요한 것은 가져온 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이다. AI를 활용한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된다. 있는 기술에 콘텐츠를 잘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형 스타트업 모델의 글로벌화를 주장했다. 한국형 모델이란 무엇이며 이 모델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인가.
▶와이앤아처도 태국 등에 진출해 현지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현지에서 느낀 점이 이들도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중국에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을 보내는 노력을 하는데 정작 가서는 실망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두 생태계의 간극이 너무 크다. 한국은 어느 정도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너무 고도화된 곳으로 보내려는 것이다.
한국형 모델이란 이러한 스타트업에 밀착해서 시장 조사, 정보 제공 등 비즈니스에 관한 것을 하나하나씩 이끌어 주는 것이다. 이는 혁신생태계 가장 발달했다고 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하지 않는 방식이다. 실리콘밸리는 지표를 잡아놓고 그에 맞춰 얼마나 성장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한국형 모델은 비단 개발도상국에만 유용한 게 아니다. R&D(연구개발) 역량 등이 뛰어난 선진국에도 유효하다. 스위스 등의 유럽 국가에서도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할지 이런 부분의 프로세스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초기 창업가에게 밀착형으로 지원하는 한국형 모델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한국도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배달, 유통, 패션 등 내수 비중이 큰 비즈니스에 국한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스타트업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제 해외에서 공부한 창업가도 많고 AI 기술도 발달해 과거와 같은 언어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 또 창업을 위한 시스템도 다 갖춰져 있다. 마음먹고 창업을 하려고 하면 보다 수월하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 얘기가 다시 나오는 것 같다. 최근 한국은 기업가 정신이 많이 하락했다고 본다. 기업가들이 자신의 의지로 어떻게 치열한 시장에서의 경쟁을 헤쳐나갈지에 대한 부분이 많이 약화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장에 있으면 활발하게 창업하는 분위기가 많이 식었고, 와이앤아처가 스타트업을 발굴해낼 때 그 모수도 크게 줄었다. 더욱이 20~30대 창업은 줄고 40~50대가 늘었다.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이 우선은 기본이다. 그게 있어야 해외로 나가든 할 수 있다.

-청년들이 도전을 하려 해도 국내에서는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기 때문에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창업을 한다는 건 경험과 노하우를 계속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기존으로 망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잡아버리면서 그런 인식이 커졌다. 기성세대들이 창업을 하면 안 되는 일처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국내에도 연속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단지 실패를 발판 삼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민첩한 피보팅(사업 전환) 등을 해 다시 도전하고 또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앞서 와이앤아처가 발굴하는 스타트업의 모수가 적어졌다고 했는데, 수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의지를 가지고 하려는 사람들이 남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그런 게 보인다.

-국내 혁신 생태계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정부가 정권이 바뀌거나 했을 때도 정책적인 부분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지 않아야 한다. 스타트업 초기 영역은 교육이랑 맞닿아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스타트업도 키우는 부분이 있는데, 정권 따라 바뀌고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또 하나는 정부 사업은 오히려 줄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정부 사업을 많이 하는 곳은 자생력이 떨어진다. 보통 액셀러레이터들에게 5000만 원에서 3억 원 정도를 투자 받는데, 정부 사업으로 1억 원, 1억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스타트업들은 이를 공돈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가 아니면 생태계를 못 만드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민간 부분과 정부 사업의 간극을 줄여 적절한 선에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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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상희 기자
  • 기자 사진 백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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