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C의 열정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촉매제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기사 입력 2024.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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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자와의 관계에서 액셀러레이터(AC)들의 사고를 분석해보면 냉정보다는 열정이다. 극초기 스타트업들을 만나면 냉정한 투자자의 시각으로만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 뿐만 아니라 AC 대표라면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일에도 끊임없는 오지랖이 발동된다. 어찌 보면 '사회적 열정페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열정만큼이나 사회적 기능이 매우 크다.

지난해 12월이었다. 주말 1박2일 간의 학술 세미나가 있어 토요일 새벽부터 강원도 원주를 찾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날 낮에는 서울 강남 인근에서 스타트업들의 IR(기업설명회) 발표 심사가 있었다. 필자는 두 일정 모두 오래 전부터 가기로 한 중요한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빠질 수 없었다.

그래서 오전 세미나를 듣다가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에 기차를 탔다. 서울에 내려 도착지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토요일 오후의 강남길을 바라보니 끝이 안보일 정도로 도로 정체가 심했다.

그 길로 바로 공유 자전거를 타고 15분 정도 전력질주를 했다. IR 장소는 특히나 주택과 골목이 많고 오르막길이 많았기 때문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겨울이지만 온 몸에 땀이 흥건하게 젖을 때즈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행히 IR 발표 시간에 늦지 않았다.

비록 점심식사를 하지 못해 공복감이 밀려왔지만, 제 시간에 도착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발표를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현장에서는 오늘의 발표를 위해 고심했던 흔적과 열기가 담긴 발표 자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서 듣고 피드백도 하며 소통했다. 그리고 IR 발표 심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기차역으로 뛰어 갔다. 학술세미나가 일요일 오전에도 진행됐기 때문에 저녁 기차를 타고 현장에 가야만 했다.

하루종일 뛰고 공복에 피로감에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기차에 앉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기차 안에서 다시 생각했다. '내가 가는 험난한 길', '좁은 길로 나를 이끄는 믿음은 무엇이고,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는가'.

대답은 그것이 필자가 가야 할 믿음의 길이고 사명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경작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묵묵히 24시간을 갈아 넣으며 흘린 땀은 땅에 오롯이 스며들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싹을 틔우고, 좋은 열매를 맺을 것임을 확신한다.

AC들이 하는 사업의 목표는 우리가 가진 것을 사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우리가 믿는 걸 믿는 사람들과 일을 하기 위해 이 업을 하고 있다.

열정으로 가득한 사회적 기능의 AC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가 됐다. 또한 AC들은 한국 창업생태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집단으로서 그 전문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협회장 재임기간동안 AC협회가 이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더 큰 열정으로 달릴 것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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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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