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알트먼 vs 쫓아낸 수츠케버…'상업화' 질주에 충돌했나?

김하늬 기자 기사 입력 2023.11.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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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한 '챗GPT(ChatGPT)'의 오픈AI 창업자 샘 알트먼이 회사에서 쫓겨난 배경에는 내부 주도권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챗GPT를 활용한 상업서비스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던 알트먼의 반대쪽 끝엔 안전한 AI 서비스 검증이 우선이라고 주장해 온 다른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샘 알트먼 /사진=샘 알트먼 X
샘 알트먼 /사진=샘 알트먼 X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타임(TIME)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알트먼은 최근 몇 주간 이사회 멤버 일부와 갈등을 빚어오다가 지난 17일 돌연 해임 통보를 받았다. 오픈AI가 공식적으로 해임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알트먼이 최근 챗GPT를 활용한 상업서비스 부문을 빠르게 확장하려 하자 이사회 내부에서 문제 삼고 해임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엔 '천재 AI 과학자'로 불리는 수츠케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구글에서 AI 전문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오픈AI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옮겨왔다. 그는 AI를 반복 훈련 시키는 '딥러닝' 분야의 유명한 과학자였다. 2016년 바둑 천재 이세돌을 꺾은 AI프로그램 '알파고'의 개발에 초기부터 참여했고, 논문 저자에도 이름을 올린 사람 중 하나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츠케버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와 알트먼이 생성형 AI 개발 속도, 상업화, AI로 인한 피해 등의 문제에 있어서 충돌해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최근 알트먼은 중동, 일본 등에 있는 투자사에게 자금을 조달하고 AI 하드웨어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상업적 활동이 오픈AI가 추구하는 비영리 가치관과 맞지 않은 점도 갈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트먼 해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뤄진 오픈AI 임직원 비공개회의에서 수츠케버는 '(CEO 해임은) 쿠데타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그 단어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게 봐도 된다"고 대답해 양측의 갈등을 인정한 꼴이 됐다. 그러면서 "비영리 단체로서 (오픈AI의) 사명인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AI를 구축하기 위해 이사회는 의무를 다했다"고 해임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직원들이 수츠케버에게 "알트먼이 AI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챗GPT 상용화를 확대해서 이사회가 그를 퇴출했냐?"고 물었는데, 수츠케버는 "이상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했다.

갑작스런 해임 시점을 두고, 지난 6일 열린 오픈AI 첫 개발자 회의가 언급된다. 이 자리에서 알트먼이 이사회와 최종 조율되지 않은 사업계획을 내놓자 분노한 수츠케버가 이사회에 문제 삼았다는 이야기다.

주간지 타임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트먼은 누구나 개발 지식 없이도 AI(GPT-4 터보 등)와의 대화를 통해 AI 서비스를 제작(GPTs)하거나, GPT 스토어를 통해 개발한 서비스를 사고팔 수 있게 하는 모델을 허용하겠다고 발언했다"며 "이는 수츠케버를 비롯해 '안전한 AI'를 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행사를 끝난 뒤 며칠 동안 수츠케버는 자신의 우려 사항을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열흘 만인 지난 16일, 수츠케버는 알트먼에게 다음 날 이사회의 화상통화에 참석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17일 12시쯤 알트먼은 해고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 공동 창립자로서 알트먼 해임을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가 자사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알트먼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점점 더 우려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알트먼 해임 사태에 대해 "AI가 가장 큰 사업 기회라고 믿는 사람들과 너무 빠른 기술 발전은 위험하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부각된 사건"이라고 짚었다.

비영리재단으로 출발한 오픈AI는 비영리법인 지주회사 '오픈AI Inc'를 자회사로 만들고, 그 아래 영리법인 손자회사 '오픈AI 글로벌'을 설립했다. 직원 고용은 지주회사에서, MS를 통한 외부투자는 손자회사에서 이뤄진다. NYT는 이사회가 CEO를 해고할 수 있는 전권까지 가진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이번 일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 기자 사진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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