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네이버 자체 데이터 센터 '각 세종' 개소
650억GB 데이터 저장...내구성·친환경 갖춰
아시아 최대 규모...로봇 등 업무자동화 도입
데이터센터 구축 기술, 수출 가능성도 시사

지난 6일 방문한 세종시 네이버(NAVER (211,000원 ▼2,500 -1.17%)) '각 세종'. 축구장 41개 크기(부지 기준)인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다. 최대 수용 서버만 60만 유닛(서버 높이 단위규격), 국립중앙도서관 전체 데이터의 100만배에 달하는 65EB(엑사바이트, 1EB는 10억GB)를 저장할 수 있다. 네이버가 '데이터'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후쿠시마 지진급도 견디는 '내구성'과 자연 에너지를 활용한 이 데이터센터 구축 기술로 글로벌 시장 진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각 세종은 2013년 오픈한 '각 춘천'에 이어 네이버가 구축한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다. 각 세종에서 '각'(閣)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에서 가져왔다. 팔만대장경이라는 데이터를 훼손 없이 800년 가까이 지켜온 장경각 정신을 계승했다. 전체 면적은 29만4000㎡(약 8만9000평)이다. 현재 1차 오픈까지 6500억원이 투입됐다. 6차 완공(미정)까지는 수조원의 구축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날 오픈 행사에 참여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역시 각 세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는 데이터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통해 성장한 만큼, 인프라 준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한국에서 가장 처음 깨달은 회사"라며 "네이버가 21세기 장경각이 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유원 대표는 "네이버는 초거대 AI(인공지능)와 같이 높은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며 "슈퍼컴퓨터가 클러스터 형태로 대량 구축된 사례도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각 세종에는 12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센터 규모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다만 자율 주행 및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센터 이곳저곳을 누비는 '가로' '세로' 로봇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이 로봇은 각 세종 창고와 서버실을 이동하며 서버를 관리하고 고중량 자산을 운반한다.
각 세종 관계자는 "로봇은 일반 직원의 5~10명 정도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고 사람이 불가능한 업무를 대신 수행해 효율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뛰어나다"며 "각 세종이 6차까지 오픈되더라도 직원 수는 지금보다 2배가량 많아진 250여명 정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각 세종 부지 내 자율주행 셔틀인 '알트비'(ALT-B)도 눈길을 끌었다. 각 세종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며 직원들의 이동을 돕는다. 최수연 대표는 "현재 오픈한 크기에서 최대 6배 더 확장될 예정"이라며 "로봇과 자율주행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 역시 미래의 10년을 먼저 생각하고 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세종은 다양한 자연 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자체 개발한 공조 시스템인 'NAMU'(NAVER Air Membrane Unit) 설비를 활용해 자연 바람으로 24시간 돌아가는 서버실을 냉각한다. 또 서버실을 식히고 배출되는 열기를 버리지 않고 온수, 바닥 난방, 내부 도로의 스노우 멜팅 시스템에 적용해 에너지 효율까지 극대화했다. 이같은 노력을 덕에 각 세종은 국제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인 LEED에서 데이터센터로는 세계 최고 점수인 95점을 받았다.

김유원 대표는 "최근 많은 국가와 산업 고객이 네이버의 AI 기술력과 데이터센터 규모 및 안정적인 운영 역량에 관심을 보인다"며 "각 세종은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가는 AI클라우드 비즈니스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최근 네이버의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수출을 시작으로 협력이 확대되면 현지에 데이터센터 구축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 기자 사진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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