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2000만원' 방사성동위원소, 중국·파키스탄 첫 수출길 텄다

김인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9.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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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저마늄-68'·'지르코늄-89' 자체 생산해 수출
작년 미국·남아공에 공급, 아시아권 수출은 이번이 처음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과 지르코늄-89를 각각 중국과 파키스탄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방사성동위원소(우측 하단) 용액은 납용기(좌측 하단)로 차폐되고, 외부용기(가운데 흰색)에 포장돼 공급된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과 지르코늄-89를 각각 중국과 파키스탄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방사성동위원소(우측 하단) 용액은 납용기(좌측 하단)로 차폐되고, 외부용기(가운데 흰색)에 포장돼 공급된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생산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중국과 파키스탄에 수출했다. 지난해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출 성과에 이어 아시아권 수출길까지 열었다. 특히 방사성동위원소는 1㎖(밀리리터) 분량을 약 2000만원에 파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수출 물꼬를 튼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과 지르코늄-89를 각각 중국과학원 소속 상해응용물리연구소(SINAP)와 파키스탄 암병원 원자력의학·종양학연구소(INMOL)에 수출했다.

박정훈 원자력연 박사 연구팀은 사이클로트론 기반 동위원소 생산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를 가속해 암 등 질병 진단을 위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예컨대 수소 원자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씩으로 구성돼 있는데 삼중수소 원자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붙어 있어 수소보다 3배 무겁다.

방사성동위원소는 동위원소 중 핵이 불안정해 안정한 상태로 바뀌며 방사성붕괴가 일어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런 에너지를 활용해 악성종양을 찾아내거나 암 치료 등을 할 수 있다.

사이클로트론 기반 동위원소 생산시스템.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사이클로트론 기반 동위원소 생산시스템.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이 중국에 수출한 저마늄-68은 전립선암과 신경교종암 등을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 갈륨-68의 원료다.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 방사선 영상장비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정 선원(線源)으로도 활용된다. 중국 SINAP는 저마늄-68을 이용해 방사선 의학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에 수출한 지르코늄-89는 다른 동위원소보다 몸속에 오래 머물러 질병을 정밀 진단할 수 있는 의료용 동위원소다. 종양을 찾아가는 약물과 결합해 체내에 주사하면 환자의 종양 위치나 크기를 방사선 영상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다. 파키스탄 INMOL은 지르코늄-89를 이용해 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수출한 방사선 2종의 물량은 총 20mCi(밀리퀴리)다. 이는 액체 1㎖에 불과한 양으로, 현재 판매가는 약 2000만원이다. 방사성동위원소는 한 번 수출 물꼬를 트면 물량을 점차 늘려 지속 공급할 수 있다. 현재 원자력연은 태국원자력연구소(TINT) 등과도 방사성동위원소 수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다가 원자력연 기술 자립으로 지난해부터 관련 제품을 미국과 남아공에 수출하기도 했다. 올해는 자체 개발한 '자율운전 제어시스템'을 적용한 사이클로트론으로 성능이 높아진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했다. 미국과 유럽 등보다 우수한 성능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정경일 한국방사선진흥협회장은 "저마늄-68과 지르코늄-89는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방사성동위원소"라며 "이번 수출은 국내 방사성동위원소 산업 발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원자력연은 국내 방사성동위원소 전문기업 새한산업과 엔바이로코리아와 연계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출했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특수물질로 취급돼 항공편이나 국제 규정 등 수출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민관 협력으로 각국의 수요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연구진.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연구진.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 기자 사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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