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알리바바 전략' 또 통했다…ARM 청약경쟁률 5대 1

뉴욕=박준식 특파원 기사 입력 2023.09.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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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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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상장이 예비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5대 1 수준으로 집계됐다. 높은 경쟁률은 아니지만 520억 달러로 고평가된 기업가치에 비해 흥행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IPO(기업공개) 규모를 10% 이내로 확 줄이고, 뻥튀기 가격을 실제 판매시점에선 소문보다 20~30% 낮춘 할인가로 제시한 것이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못산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ARM와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이번 IPO(기업공개)를 위한 설명회에서 투자자들에게 AI(인공지능)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Arm이 강점을 가졌던 핵심 스마트폰 칩 시장은 올해 정체됐지만 챗GPT나 기타 생성형 AI 시스템을 지원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술에서 성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ARM은 AI 및 데이터 센터 고객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Arm의 IPO를 중개하는 28개 금융주관사단은 이번 주 뉴욕 호텔에 100명 이상의 세계 최대 펀드 매니저들을 모아 이번이 AI 분야에서 큰 실적을 거둘 수 있는 기회라고 설득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칩 디자이너 회사 린 하스(Rene Haas) CEO인 린 하스는 "AI는 어디에나 있을 것이며 모든 것이 Arm에서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RM 경영진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지불하는 로열티가 증가하면서 2025년 3월까지는 최소 20%의 매출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청약에선 회사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보다는 IPO 거래와 가격설정에 능한 소프트뱅크의 전략이 빛이 났다. 소프트뱅크는 시장에서 판매할 초기 지분을 전체의 9.6% 수준으로만 설정해 공급을 줄임으로써 가격이 높아지게 만들었다. 특히 초기에 소프트뱅크는 ARM 기업가치가 600억~700억 달러라고 소문을 내어서 고평가 논란을 일으켰다가 실제 IPO에선 500달러 초반을 제시해 심리적으로는 싼 가격이라는 평가를 만들어냈다.

소프트뱅크는 대신 물량을 줄여 가격을 높게 유지하면서 90% 이상의 지분은 상장시가를 기준으로 은행에 일부를 내어주고 담보대출을 받아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320억 달러에 ARM을 사들였기 때문에 지분 20~30%를 유동화한다면 급한 원금상환은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과거 알리바바를 통해서 이런 전략을 취했는데 이번에는 대상만 바뀐 것이라는 분석이다.
  • 기자 사진 뉴욕=박준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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