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토크]인터넷은행은 '메기'인가 '미꾸라지인가'

김상준 기자 기사 입력 2023.03.0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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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토크 /사진=머니투데이
핀토크 /사진=머니투데이
금융당국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챌린저 뱅크'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쟁자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시중은행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 이유로 '메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진이 꼽힌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해도 '그들만의 리그'를 지켰다는 의미다.

물론 인터넷은행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은행산업 구조 변화를 촉진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금융업계에서도 인터넷은행이 기대만큼 '메기'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미꾸라지'에 그쳤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은행 "우리 서비스 벤치마킹하지 않았느냐", 시중은행 "대면의 비대면화는 우리도 한다"


인터넷은행들은 '메기' 역할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사례가 많다"며 "은행에게 유리한 관습을 소비자 중심적으로 혁신하는 사례도 많았지만 기존 은행이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인터넷은행의 등장이 업계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는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구체적으로 2017년 카카오뱅크는 등장과 동시에 금융권 최초로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도입했다. 시중은행들도 순차적으로 뒤를 따랐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의 '원앱(One-app)' 전략도 금융권을 변화에 일조했다. 뱅킹 앱이 따로 있지 않고, 기존 토스 앱에서 서비스를 받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금융사도 앱 운용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의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한 원앱 '신한 유니버셜 간편앱'을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한다.

케이뱅크의 '금리보장서비스'에 대해선 관습을 타파했다는 분석이 있다. 소비자가 가입한 예금의 금리가 가입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오르면 인상된 금리를 예금 가입일부터 적용해 준다. 기존 은행들은 예금 가입 직후 금리가 올라도, 오른 금리는 소비자가 그 예금을 해지하고 재가입해야 적용해 줬다.

다만, 기존 금융권은 인터넷은행의 혁신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도 은행업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을 순 없다"며 "대면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게 사실상 전부인데, 이 작업은 기존 은행도 모두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인터넷은행 3사가 확보한 자산은 국내 은행 전체의 3%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메기' 역할 제대로 하려면 규제 환경 변화 필요"


인터넷은행 업계 일각에선 제대로 경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은 매년 일정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달성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2021년에 결정됐다. 금리 상승 등 환경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고, 이에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출을 잠시 막았었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다 보니 고신용자 대출을 주로 하는 기존 은행과 경쟁에서 멀어졌다. '메기'끼리만 모여 있게 된 셈이다.

여러 제도가 기존 은행에 맞춰 설계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이 없다. 하지만 일부 서비스는 대면으로만 제공할 수 있다. 일례로 미성년자는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대면 동의가 있어야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이 '우리 아이 예·적금' 등을 운용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챌린저 뱅크 도입 등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자 사진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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