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쓴 소설로 돈 번다"…아마존까지 진출하자 쏟아진 경고

윤세미 기자 기사 입력 2023.02.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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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사는 세일즈맨 브렛 쉬클러는 최근까지만 해도 자신이 책을 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화형 챗봇 챗GPT에 대해 알게 된 뒤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챗GPT에 접속해 "아빠가 아들에게 금융 문해력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를 써달라"는 명령을 입력했고 몇 시간 만에 숲속에 사는 다람쥐 '새미'가 도토리를 저금하고 투자해 숲에서 가장 부유한 다람쥐가 되는 이야기를 얻었다. 쉬클러는 이 이야기에 그림을 붙여 지난 1월 30쪽 분량의 어린이용 동화책으로 판매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약 100달러(약 13만원)의 수익을 냈다.(전자책 2.99달러, 인쇄책 9.99달러)

사진=아마존
사진=아마존
챗GPT가 쓴 책들이 미국 최대 전자책 플랫폼인 아마존에 상륙했다. 로이터는 21일(현지시간) 쉬클러의 사례를 소개하며 사람 수준의 언어 능력을 가진 챗GPT가 출판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태세라고 전했다. 이미 쉬클러 같은 작가 지망생이나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챗GPT를 이용해 책을 출판하며 빠르게 돈벌이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아마존 킨들 스토어에는 챗GPT가 메인 저자나 공동 저자로 등록된 책이 200권을 넘는다. 여기에는 "챗GPT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숙제의 힘" 같은 실용서뿐 아니라 "우주의 메아리" 같은 시집도 있다.

책을 쓸 때 챗GPT를 활용하고도 공동 저자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AI가 쓴 책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버나 틱톡 등에는 챗GPT를 이용해 책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수백개에 이른다. 프랭크 화이트라는 이름의 한 유튜버는 영상에서 챗GPT를 이용해 먼 은하계에서 외계인들이 인간이 일하는 매음굴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내용으로 119쪽짜리 소설을 하루 만에 완성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구나 AI를 이용해 300권 넘는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쓴 전자책 "은하계 포주: 1편"은 아마존에서 1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지금까지 AI가 쓴 출판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잠잠하다. 하지만 AI 창작물이 봇물을 이루면서 출판업계에 가져올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가디언에 따르면 공상과학소설(SF)을 인터넷으로 접수해 심사를 거쳐 발간하는 클락스월드는 최근 AI가 만든 작품이 쏟아지자 작품 접수를 잠정 중단했다. 발행인인 닐 클라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AI를 이용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부추겨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이 다른 능력있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까지 가로막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챗GPT가 공동 저자로 적힌 채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시집/AFPBBNews=뉴스1
챗GPT가 공동 저자로 적힌 채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시집/AFPBBNews=뉴스1
미국 작가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작가조합의 메리 라센버거 회장 역시 로이터에 "우리가 정말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며 "이런 책들이 시장을 휩쓸면 많은 작가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다른 사람이 글을 대신 쓰는 유령작가 관행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AI를 이용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작가나 플랫폼 차원에서 이 책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저급 서적들만 넘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화이트 같은 작가들은 챗GPT가 쓴 글이라는 사실을 공개할 의무를 느끼지 않으며, 이를 판매하는 플랫폼인 아마존 역시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 기자 사진 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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