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패 인정한 창업자의 결단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2.11.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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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필먼트 사업에 도전했다가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엔지니어 출신들이 도전하기에는 큰 인프라 사업을 건드려 캐시 번(Cash burn)을 일으킨 것이 문제였다. 무리해서 손실이 커졌다."

물류 브랜드 '부릉(VROONG)' 운영사 메쉬코리아의 창업자 유정범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회사가 지금의 위기를 겪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368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178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운영자금이 소진되자 유 의장은 자신과 사내이사의 지분을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을 대출받았다.

투자유치를 통해 대출금을 갚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꽁꽁 얼어붙은 투자 혹한기 속에서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대출 만기 연장에도 돈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인 OK캐피탈은 회사를 매각하기로 하고 주요주주들의 합의까지 끌어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유정범 의장이 결사항전에 나서면서 메쉬코리아를 둘러싸고 유 의장과 OK캐피탈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중이다. 매각은 주주단 전원의 동의가 필요해 일부 주주라도 반대하면 불발된다.

OK캐피탈은 매각이 어렵게 되면 법정관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 의장은 시간을 벌기 위해 법원에 메쉬코리아에 대한 회생을 신청하면서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도 함께 냈다.

ARS는 법정관리를 통한 매각 절차에 앞서 회생절차의 시작(회생 개시 결정)을 최장 3개월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기간 동안 투자를 받아 OK캐피탈과의 채무관계를 정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 의장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적자사업 정리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해 현금흐름이 나아지고 있어 대출 만기를 1년 더 연장해주면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 의장에 대한 용퇴가 언급된다. 2019년 허위 학력·경력 논란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을 땐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는 정도였다면, 회사가 위기로 내몰린 지금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단은 내달 2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매각을 의결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사흘의 시간 동안 유 의장이 자리보전이 아닌 책임 있는 결단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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