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창업은 꿈을 좇는 자의 습관이다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혁신정책연구센터장) 기사 입력 2022.09.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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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엘론 머스크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창업가 중 한명이다. 우리는 그를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가 지금까지 창업한 회사는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그는 1995년 스탠퍼드 대학 박사과정에 합격한지 이틀 만에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집투 코퍼레이션(Zip2 Corporation)을 설립했다. 1999년 컴팩에 이 회사를 넘긴 머스크는 이메일 주소를 이용한 송금서비스를 개발하고자 엑스닷컴을 설립하게 되는 데 이후 엑스닷컴은 사명을 페이팔로 바꾸게 된다.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억만장자가 된 머스크는 본격적으로 그가 관심 있었던 에너지와 우주산업에 투자하게 된다. 이 첫걸음이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이다. 이후 2006년에는 태양광 발전회사 솔라시티의 최대주주겸 이사장이 됐으며, 2007년에는 테슬라의 최대주주에서 최고경영자로 역할을 바꿨다.

2015년에는 오픈(Open)AI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으며, 2016년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을 주력하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창업했다. 2017년에는 지하 터널을 통해 도심교통체증 해소를 꾀하는 토목회사 더 보링 컴퍼니를 창업했다.


이 같은 머스크의 행보가 우리나라 창업에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창업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머스크의 창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기반을 닦기 위한 창업이고 다른 하나는 본격적인 꿈을 이루는 단계이다. 여기서 전자에는 집투와 페이팔이 해당되는데 각각 컴팩과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단숨에 억만장자가 됐다. 이후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페이스X, 테슬라, 솔라시티, 오픈AI, 뉴럴링크 등을 창업하거나 투자하게 된다.

머스크가 창업하거나 관여한 회사들이 얼핏 보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가 어려서부터 꾸어온 화성 개척이라는 꿈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스페이스X는 많은 사람들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화성으로 보내기 위해 만들었으며 테슬라는 황무지인 화성에서의 자율주행을 위해, 솔리시티는 화성에서의 태양열 발전을 위해, 오픈 AI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높이기 위해, 뉴럴링크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지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화성 이주와 우주 개척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이다.

둘째, 창업가들은 한 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는다. 머스크는 화성 이주와 우주 개척을 위해 n번의 창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머스크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필요한 우주 발사체까지 직접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한다. 애초에는 핵탄두를 제거한 러시아제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아예 로켓을 직접 만드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아직 화성 이주와 관련된 부대 기술이 부족하니 n번의 창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것은 다 이루겠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사례가 창업의 모든 본질을 말해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창업정책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게 해준다. 바로 어떠한 창업가를 육성해야 하는 지다. 창업가들은 세상에 없는 것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며 그들의 창업은 보통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연쇄창업가' 육성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에 머스크 같은 창업가가 없음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창업가의 양을 늘리는데만 집중한 게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창업가는 이루고자 하는 꿈이 명확해야 하며, 실패하더라도 여러 번 창업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창업은 꿈을 좇는 자의 습관이며 우리는 그 꿈을 함께 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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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혁신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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