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크기업 IPO 절반이 택한 '복수의결권'…한국은 비상장사만

송정현 기자 기사 입력 2026.04.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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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흔들리는 벤처 경영권④] 상장 3년이면 사라지는 복수의결권 실효성 논란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개정 상법으로 인해 벤처·스타트업계가 노심초사다. 기업가치 제고를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자금력이 약한 벤처·스타트업 입장에선 지분 유출 방지, 핵심 인재 영입 등에 활용할 실탄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보완책으로 꼽히는 복수의결권은 '그림의 떡'이다. 밸류업 정책의 역풍을 맞은 벤처·스타트업계 현실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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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결권 국내 vs 해외 비교/그래픽=김지영
복수의결권 국내 vs 해외 비교/그래픽=김지영


상장을 앞둔 후기 기업일수록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복수의결권의 필요성이 크지만 국내에선 상장 후 3년 내 보통주로 전환되는 구조 탓에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이 복수의결권 도입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며 혁신기업 유치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벤처·스타트업계 안팎에선 최소한 코스닥 시장에 한해서라도 제도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벤처·스타트업계와 자본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상장사의 복수의결권 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법 제369조 1항이 의결권을 1주마다 1개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2023년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에 한해 예외적으로 복수의결권 도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 역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다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

반면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은 1주 1의결권을 기본 원칙으로 삼으면서도 이를 법률로 묶지 않는다. 대신 거래소 상장 규정을 통해 복수의결권이나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 한국처럼 상장 후 3년 내 일률적으로 보통주 전환을 강제하는 하지 않는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IPO(기업공개) 시점에 복수의결권 구조를 도입하거나 상장 직전에 도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특히 미국은 2000년대 이후 복수의결권 도입 기업의 상장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미국 테크기업 IPO 42건 중 18건(42.9%)이 복수의결권을 채택했다. 이 비중은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플로리다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테크기업 IPO 31건 중 15건이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비중이 48.4%로 높아졌다. 메타와 알파벳은 상장 당시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대표적 빅테크 사례로 꼽힌다.

미국 테크기업들이 복수의결권 제도를 활발히 활용하자 홍콩거래소와 싱가포르 거래소도 2018년 관련 제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상장 규정을 손질했다. 미국 증시로 중국 기술기업이 몰리자 위기감을 느낀 데 따른 조치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는 2014년 홍콩의 1주 1의결권 원칙과 맞지 않는 지배구조 문제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홍콩이 2018년 차등의결권(WVR) 도입 기업과 해외 상장 중국기업의 2차 상장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정비하자 알리바바는 2019년 홍콩에 2차 상장했다.

이에 국내 벤처·스타트업계는 주요 해외 사례처럼 혁신기업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코스닥 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술기업은 산업 특성상 연구개발 비중이 높지만, 이 같은 투자가 주가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주들의 단기적인 주주환원 압박과 무관하게 장기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IPO를 추진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복수의결권은 IPO 단계 기업에 더 절실한 제도"라며 "상장 이후 지분 구조가 더 다양해지고 창업자 지분 희석도 커지는 만큼 연구개발과 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경영권 안정장치가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는 "혁신기업의 자본조달 창구인 코스닥 시장만큼은 문을 더 넓게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의 2부 리그처럼 인식되는 현 시점에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도 이런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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