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낮아도, DSR 묶였어도…원하는 차 타는 '뜻밖의 방법'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6.04.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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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덕 솔버사피엔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최영덕 솔버사피엔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중고차 구매 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엄격히 적용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존 신용대출이 있는 경우 차량 등급을 낮춰 구매하거나 아예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안으로 렌트·리스와 같은 임대형 상품을 찾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기존 렌트·리스 서비스는 업체가 사전에 매입해 보유한 차량 목록 내에서만 선택이 가능하기에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특정 연식이나 모델, 옵션, 색상 등을 기준으로 차량을 찾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검색 필터를 세분화할수록 선택 가능한 차량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차량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의 선호를 일부 포기하거나 타협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구독' 형태로 풀어낸 스타트업이 있다. 소비자가 일반 중고차 매물 중에서 원하는 차량을 직접 선택하면 회사가 이를 매입해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 '링카'(Linkcar)를 운영하는 솔버사피엔스다.

솔버사피엔스라는 사명에는 '해결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이 담겼다. 해결의 첫 번째로 집중한 것이 모빌리티 분야였고, 그중에서도 중고차 시장의 '금융 소외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링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렌트·리스 한계 뛰어넘은 '구독' 모델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최영덕 솔버사피엔스 대표는 "차량이 의식주와 다름없는 필수재임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구매할 때 부동산 담보대출 평가 방식이 동일하게 적용돼 부동산 중심의 DSR 규제에 묶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수도권 중위 가격의 집을 보유한 3인 가구가 집값의 일부만 대출받아도 DSR이 40% 가까이 찬다"며 "신용점수가 800점으로 우수하더라도 단돈 1000만원 정도의 추가 자동차 할부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 수준이나 실제 지불 능력과 관계없이 부동산 레버리지 사용 여부로만 대출을 제한하는 지금의 방식은 구식"이라며 "이러한 규제 때문에 연간 약 15만명의 우량한 신용을 가진 고객들이 금융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솔버사피엔스는 DSR이라는 안전장치가 오히려 자동차 관련 금융 이용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가처분 소득(수입 중 소비와 저축 등으로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소득) 기반의 새로운 평가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세청 자료를 통해 확인된 연간 소득과 건강보험 납부 실적을 기반으로 추정 소득을 확인하고, 국세청 공제 내역에 포함된 신용카드 월 평균 사용액 등 지출 패턴을 대조해 소비자가 매달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월 가처분 소득'을 산출한다는 설명이다. 산출된 월 가처분 소득이 링카의 월 평균 구독료 범위인 30만~90만원 사이에 들어올 경우 신용점수 350점의 저신용자라고 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인이 이뤄진다. 고객이 차량을 선택한 후 신청 및 이용하기까지 평균 7일 이내에 모든 과정이 완료된다.

최 대표는 "기존 금융권이 NICE나 KCB 신용 점수만을 따진다면 링카는 가처분 소득과 지출 실적을 분석한다"며 "신용 점수가 낮더라도 실제 매달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을 평가해 DSR 규제에 묶여 차를 사지 못하는 금융 소외계층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지난 1년4개월 간 MVP(최소기능제품) 개념으로 23대의 차량을 운영하며 테스트한 결과 가처분 소득 기반으로 선정된 고객들의 서비스 유지율은 95.2%에 달했다. 연체로 인한 차량 회수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최 대표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경기 불황에 따른 사업 악화와 파산이 원인이었다"며 "높은 서비스 유지율과 함께 1건의 회수 사례만 발생했다는 점은 링카의 가처분 소득 평가 모델이 실질적인 지불 능력을 정밀하게 판별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행한 만큼만 내는 '퍼마일 요금제'…월 최대 35% 절감


솔버사피엔스의 수익은 매월 발생하는 구독료와 차량 매각을 통한 회수 비용으로 구성된다. 모든 차량에 OBD(차량 상태 체크 기기)를 장착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결제일 이후 연체 3~5일 차에는 원격으로 시동을 제어하고 5~7일이 경과하면 차량을 즉각 회수해 매몰 비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OBD를 통해 차량의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정비 시기를 예측·관리함으로써 차량의 자산가치를 보존한다.
OBD 기반 '퍼마일(Per-mile) 요금제'도 도입 예정이다. 이 요금제는 고객이 차를 더 많이 이용할수록 차량의 미래 가치가 감가되는 부분을 데이터로 산출하고 이를 주행 거리당 요금으로 환산해 부과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기존 렌트·리스 상품은 계약 시 보통 1만5000~3만㎞의 연간 주행거리를 미리 약정하고 그 거리에 맞춰 산정된 차량 감가액을 매월 균등하게 나눠 낸다"며 "이용자의 중간값이 9000㎞ 수준인데 나머지 주행거리에 해당하는 비용은 쓰지도 않고 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링카는 적게 타는 고객에게는 그만큼 차량 가치를 보존해준 것에 대한 '혜택'을 부여해 이용료를 낮춰준다. 미래에 차량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기대수익을 역산해 현재의 이용료에 반영하는 원리다. 최 대표는 "퍼마일 요금제를 이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월 요금을 최대 35%까지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현재 정확한 요금 모델 확립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검증하는 단계로 올해 하반기 중 신규 고객들에게 실제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솔버사피엔스는 올해 차량 운영 대수를 300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그간 쌓인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기반 맞춤형 차량 큐레이션과 실시간 데이터 평가 모델, 차량 잔존가치 예측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소비자가 렌터카 업체에서 카니발을 검색하면 10~20대 나오지만 링카는 일반 매물 DB를 활용해 100배 이상 넓은 선택지를 준다"며 "국세청 자료는 전년도 데이터라 시차가 있어 향후 카드사 인증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득·지출 데이터를 연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신용평가시스템에서 거절당한 소비자들이 링카를 통해 원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됐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차량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구독 모델을 확장해 신용 점수가 아닌 실제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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