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엔젤투자리스트 최고위 과정 모집

조부 의료사고에 '의학판 챗GPT' 만든 억만장자…의사들 써보고 깜짝 [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10.18 06:34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의료 특화 AI 챗봇 오픈에비던스, 창업 2년 만에 미국 의사 40% 가입…매달 6.5만 명 추가 가입 중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과 30세 나이로 23억 달러(3조2600억원) 순자산을 쌓은 다니엘 나들러는 요즘 말로 문·이과 융합 인재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들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암송하며 기억력을 자랑하던 소년이었다. 멘사 회원일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던 그는 커서 하버드 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원 재학 중 그는 미국 현대 시인의 대표 조리 그레이엄 밑에서 시를 공부했다. 동시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했고, 수면 중 특정 단어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앱 '지그문트'를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기 10년 전인 2012년 나들러는 워런 버핏의 이름을 딴 재무분석 챗봇 '워런'을 출시했다. 연준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겨우 엑셀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컴퓨터 과학자 피터 크루스칼과 함께 개발한 챗봇이었다. 나들러는 이듬해 켄쇼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직원 120명을 둔 업체로 키웠다. 포브스에 따르면 켄쇼는 2018년 7억 달러(9900억원)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스에 인수됐다.

다니엘 나들러 오픈에비던스 CEO(최고경영자)./ 사진=다니엘 나들러 링크드인
다니엘 나들러 오픈에비던스 CEO(최고경영자)./ 사진=다니엘 나들러 링크드인
현재 나들러는 2022년 설립한 의학 자료 리서치 전문 스타트업 '오픈에비던스'의 CEO(최고경영자)다. 2021년 하버드에서 머신러닝 박사 학위를 준비하다 조부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의료 AI에 관심을 가졌다.

오픈에비던스는 구글 벤처스, 스라이브 캐피털 등 대형 벤처사와 초창기 페이스북 투자자로 유명한 짐 브레이어 등으로부터 총 2억1000만 달러 자금을 모았다. 기업가치는 35억 달러(약 5조원)로 평가됐다. 회사 초기 사재 1000만 달러를 투자한 나들러는 이 회사 지분 60%를 확보, 순자산 23억 달러를 모았다.

챗GPT에 비해 오픈에비던스는 의학에 특화됐다.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로 평가받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미국의사학회저널(JAMA)을 기반으로 한다. 답변에 인용한 논문 출처를 정확히 남겨 의사들이 더 빠르게 답변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픈에비던스는 의료 현장에서도 신뢰를 얻고 있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다발성경화증 전문의 스티븐 크리거 박사는 레지던트로부터 오픈에비던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정확성 검증에 나섰다. 자신의 다발성경화증 연구 논문에 대한 요약과 한계 지적을 요구했는데, 오픈에비던스는 연구 요점을 정확히 짚었을 뿐 아니라 서술하지 않은 연구 한계도 지적해냈다. 동료들과 답변을 교차 검증한 크리거 박스는 "오픈에비던스가 지적한 내 연구의 한계에 나도 동의한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매다수체스 종합병원 뇌줄중 센터장은 아니쉬 싱할 교수는 최신 연구 결과를 검색하는 데 오픈에비던스를 이용한다. 환자의 병력에 맞춰 필요한 검사를 제안하기 때문에 챗GPT 같은 일반 챗봇보다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오픈에비던스는 설립 2년 만에 미국 전체 의사의 40%에 해당하는 43만 명을 사용자로 확보했고, 현재도 매달 6만5000명씩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의사 면허가 있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를 받는 '진단 도구'로 간주되지 않는 데다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익은 광고로 창출하는데 현재 연 5000만 달러(710억원)로 추산된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서비스 가입자 수에서 알 수 있듯 성장세가 워낙 가팔라 투자자들이 거금을 선뜻 내놓았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광고에 큰돈을 쓰는 제약회사들이 오픈에비던스와 계약한다면 수익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의학에 특화된 AI라고 해도 오답률이 0%는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 강사이자 '인공지능을 통한 치료 개선'의 저자인 대니얼 번은 "의학 문헌의 절반 정도는 오류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에비던스가 전문적인 자료에 기반했다고 해도 오답을 내놓을 수 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오픈에비던스 측은 "어떤 AI 시스템에서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하루에 환자를 20명씩 봐야하는 의사들이 참고 문헌 없이 직감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고 의학 지식이 확장되면서 의학 문헌 (출간물) 수는 5년마다 두 배씩 늘어나는 한편 의사들은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며 의료 AI의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규모 VC로 꼽히는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 회장은 "오픈에비던스가 의료 분야의 구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어 회장도 오픈에비던스 투자자다.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