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다 자진철회한 럭스로보가 신규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3년여만에 신규 투자라는 점과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에서도 이전 기업가치(2300억원)를 사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회사는 새롭게 추진 중인 PCB(인쇄회로 기판) 설계 프로그램 관련 신사업이 사업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럭스로보는 지난 10일 에이프로를 대상으로 3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는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납입일은 이날까지다. 이번 신규 투자유치는 2023년 1월 30억원 규모 CB(전환사채)를 발행한지 약 3년여만이다.
럭스로보는 교육형 모듈 로봇 '모디'(MODI)를 개발한 회사다. 아울러 코딩 교구 모디플러스(MODI Plus)를 판매한다. 2014년 설립 후 3년만인 2017년 구글로부터 1억달러(약 1400억원)에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화시스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 KDB산업은행, NH투자증권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마지막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약 2300억원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기술성평가를 통과하고 7월 코스닥 시장 예비심사를 신청했으나 같은 해 10월 심사를 철회했다.
철회 후에는 경영상 위기가 이어졌다. 럭스로보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2년 179억원까지 성장했으나 2023년부터 124억원, 지난해 65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올해 반기 매출액은 17억원으로 전년 동기(38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유동성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64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올해 반기말 기준 11억원으로 줄었다. 반기 동안 47억원의 당기순손실 등 53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한 탓이다. 럭스로보는 2022년 118억원, 2023년 52억원, 2024년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단기차입금만 94억원으로 연결기준 총자산(97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단기차입금에는 최대주주인 오상훈 대표가 보유한 부동산이 담보로 제공됐다. 앞서 오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21년 보유하고 있던 럭스로보 주식 일부를 100억원에 매각하고 그 돈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 청담)을 92억원에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담보물은 해당 부동산이다. 럭스로보 2대주주(지분율 11.61%)인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말 장부상 지분 가치를 절반 수준으로 내려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에 묶인 재고 등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자산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우려가 크지 않다"며 "올해 들어 큰폭의 비용절감에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은 추진 중인 신사업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럭스로보는 PCB 설계 소프트웨어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지난 5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해당 사업을 준비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4~5년차의 엔지니어가 경력 15년차 이상의 베테랑 처럼 PCB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번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