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엔젤투자리스트 최고위 과정 모집

"폐업은 몰락 아닌 순환 과정"…'스타트업 폐업' 가이드북 나왔다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9.02 17: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폐업은 말 그대로 업을 그만둔다는 의미지만 이를 흔히 실패나 몰락과 연결 지어 받아들이곤 한다. 기업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시장의 변화 속에서 문을 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의 일부일 수도 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2일 서울 강남 마루180에서 열린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 발간 관련 간담회에서 "폐업은 제품을 믿고 사용한 고객, 회사를 성장시킨 직원,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 등 함께 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남이 이사는 "폐업이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그 과정을 책임감 있게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마무리가 가능하다"며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은 국내 대표적인 기업가정신 교육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이 발간을 주도하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함께 스타트업 폐업·청산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법무법인 미션이 제작에 참여했다.

가이드북은 폐업의 의미부터 △세무 절차 △법인 해산·청산 절차 △임직원 퇴직처리 △임대차를 비롯한 각종 계약 해지·정리 △서비스 종료 △지식재산권 정리 △법인 계좌·카드 해지 △투자자·고객·정부지원금 대응 등 스타트업의 '현명한 마무리'를 위한 실무를 총망라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주식회사란 사업과 자본이 결합돼 있는 고도의 신뢰 시스템"이라며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신뢰가 있고, 마무리되는 것은 그 신뢰가 천천히 해체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고위험 창업이다.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신뢰가 해체되는 과정을 최대한 안전하고 조심스럽게, 신뢰의 기반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것이 우리 생태계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VC, 실패를 거듭한 가운데서 성공한 창업자를 더 인정"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 발간 관련 간담회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 발간 관련 간담회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이날 가이드북 발간과 맞물려 진행된 간담회에서 '청산형 M&A(인수합병)'로 회사를 정리한 이하영 전 도그메이트 대표는 "개인적으로 가수금을 넣으며 버티다가 결국 회생 절차를 진행했다"며 "스스로 여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하영 대표는 "주주들의 '아직 어리니 빨리 접고 다시 시작하라'는 의견과 '끝까지 버텨달라'는 의견에 휘둘리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파산 및 법적 조치 진행에 필요한 예납금과 변호사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는 "폐업이 사고처럼 갑자기 다가와 시간 여유가 빠듯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투자자들과 팀원들에게 책임감 있게 소통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게임 개발사 비컨스튜디오로 창업에 뛰어든 뒤 7년여 운영하고 폐업한 바 있다.

김영웅 대표는 "회사를 닫을 때 한 달 정도의 운영 자금이 남아있었다"며 "떠날 직원은 떠나게 하고 남은 직원들에게 두 달간 월급의 절반을 주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했고, 이 과정을 통해 '다음 모험을 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VC(벤처캐피탈) 관점에서의 스타트업 폐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했다. 그는 "실패를 거듭한 가운데서 성공한 창업자를 더 인정한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갖고 다음 창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희덕 대표는 "망하는 순간까지 투자자를 챙겨주는 진정성, 인성이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만약 코로나 같은 돌발 변수로 인한 실패였고 창업자에게 여전히 핵심 역량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투자자는 다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아산나눔재단'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