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협회 로고벤처기업 두곳 중 한곳은 비즈니스에 AI(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부 AI 기술기업 육성에 그치지 않고 벤처기업의 AX(AI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9일 벤처기업협회 산하 AX브릿지위원회는 지난 11~27일 국내 벤처기업 대표 및 임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부 AI 정책에 대한 벤처기업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재명 정부의 AI정책'에 대해 벤처기업 10개 중 약 9개(87.4%)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막대한 지원이 소수 기업에 편중되는 것을 막고 현장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실질적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54.1%는 AI 도입단계가 아직 본격 활용 이전인 '도입 검토' 또는 '시범 도입' 등 초기 단계에 마물러 있다고 답했다. 일부 업무에만 AI를 활용 중인 기업은 31.8%, 본격적으로 도입했거나 AI 전문기업 수준에 이른 기업은 14.2%에 불과했다. 이는 AI 기술이 산업 전반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입 및 활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도입 초기단계 기업들은 '투자비용 부담'(32%), '기술 전문성 부족'(28.6%), 'AI 인력 부족'(26.2%) 등을 주요 장애 요인(복수응답)으로 꼽았다. 한 응답자는 "스마트 공장처럼 비용만 쓰고 회사 현실과 맞지 않아 방치될까 두렵다"며 '투자 대비 효과(ROI)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벤처기업들은 가장 필요한 AI 정책으로 'AI 인프라 구축 및 R&D(연구개발) 투자 확대'(84.6%)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AI 스타트업 지원 및 투자 활성화'(63%), '데이터 활용 법제도 개선'(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이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만 집중되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응답자는 "AI를 필요로 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조, 의료, 물류 등 기존 중견기업들의 모멘텀에 AI가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벤처업계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확보할 GPU 5만 개 중 일정 비율(예: 30%)을 중소벤처기업에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기업들이 즉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AI 인프라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또한, 정부의 AI 관련 예산 및 R&D 과제 선정 시 '중소기업 할당제(예: 40% 이상)'를 도입하고, 신청부터 자금 집행까지의 기간을 30일 이내로 단축하는 'AI 패스트트랙' 제도를 신설해 공정한 기회와 속도감 있는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벤처기업협회 AX브릿지위원회 관계자는 "대한민국 AI 성공의 진정한 척도는 몇 개의 유니콘 AI 기업이 탄생했는지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수만 중소·벤처기업의 현장에 AI가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는가로 평가될 것"이라며 "정부의 'AI 3강 도약' 비전은 모든 중소·벤처기업이 스스로 AI 전환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두를 위한 AX 정책'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