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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자동차를 만드는 전체 밸류체인을 고려할 때 원재료에서 최종 완성차까지 모든 단계에서 인건비가 전체 자동차 제조 원가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면 인력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고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과 모빌리티 산업의 융합' 토론회에서 "자동차 산업은 지난 100년간 조립 라인에 사람이 너무 많아 항상 파업 위험에 시달려왔다. 인력을 많이 고용하는 비즈니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영인학회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주관한 이번 행사는 전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현황과 미래를 짚어보고, 한국의 특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은영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휴머노이드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최리군 현대차(201,500원 ▲2,500 +1.26%)그룹 로보틱스랩 상무,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한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김창구 클로봇(17,440원 0.00%) 대표가 각각 발표자로 나섰다.
임 연구원은 "로봇을 활용하면 현재 8시간 기본 근무와 2시간 특근으로 10시간 가동되던 자동차 공장이 24시간 가동될 수 있다. 연간 생산량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며 당연히 감가상각비 등 고정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이어 "인건비 절감과 생산 효율성 증대 덕분에 자동차의 전체 원가가 현재 매출액의 약 80% 수준에서 44%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이 100만대를 넘어 원가가 더욱 하락하면 생산 원가가 거의 반토막 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가가 줄면 최종 제품 가격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완성차의 매출 총이익률이 20%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차량 단가를 계속 떨어뜨리면 자동차가 '반값'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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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스타트업 기회는 서비스 또는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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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사진=최태범 기자다른 전문가들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동차를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박철완 교수는 "첨단 전동화 휴머노이드의 등장으로 공상과학 속 로봇이 현실화되는 시대가 왔다. 이는 노동과 인구의 미래를 바꿀 것이며 인구 위기와 지방 소멸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 '로봇 보급 밀도 세계 1위'의 로봇 수요 국가지만 로봇 산업 국가가 아니다"며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제조 로봇 육성 전략과 첨단 전동화 휴머노이드 육성 전략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머노이드 관련 산업에서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사업 기회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창구 대표는 "작은 기업은 로봇을 잘 활용하도록 돕는 '서비스 프로바이더'나 '소프트웨어 프로바이더'에 사업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메타, 테슬라와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어 직접 제조로 경쟁하기는 어렵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결국 발전된 AI 기술을 담는 그릇이다. AI 기술의 활용처가 결국 로봇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로봇이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도 이 같은 전략이 유효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솔루션을 판매했던 고객사의 하드웨어를 직접 매입한 뒤 로봇을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상장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제조용 로봇 분야는 일본에, 서비스형 로봇 분야는 중국에 밀리고 있어 사업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로봇 산업을 위해 '살 수 있는 가격'의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많은 지원이 로봇 산업 발전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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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로봇 제조사 넘어 '공간 비즈니스'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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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리군 상무는 현대자동차가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스마트 팩토리, 오피스, 복합 공간 등 물리적인 사회 공간을 로봇으로 채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비즈니스'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1~2년 단기적인 투자만으로는 로봇 기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 너무 높은 가격으로 로봇이 제조된다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품 업체 및 서비스 수요자들과 함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웅희 한국경영인학회장은 휴머노이드가 모빌리티 분야와 가장 먼저 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실상 로봇이며 자동차 업체들이 로봇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시장이 로봇 구매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범수 의원은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서 의원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이자 우리 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회가 우리 기업들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로봇과 AI, 모빌리티의 융합은 현실 세계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 기술 발전의 가치를 모두 함께 나누는 따뜻한 사회를 설계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