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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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월마트·타깃·홈디포 등 미국 소매업체들은 매장 내 빈번한 도난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다양한 감시·보안시스템을 도입하느라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연합회(NRF)는 지난해 소매업체들이 도난 사건으로 500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집계했다. 이는 재고 손실의 30~40%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화장품·전동공구 등 크기가 작아 주머니에 넣기 쉽고 가격대가 높은 품목의 도난율이 높았다.
도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보안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것은 유통 현장에서 벌어지는 절도 사건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AI 기술로 잠재적 범죄자를 탐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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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도난에 골머리…소매업체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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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보안 스타트업 '비전(Veesion)'은 최근 4300만달러(약 59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분 비율을 희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1700만달러(약 230억원) 자금도 별도로 확보했다.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소매업체가 도난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에 투자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화이트스타캐피탈이 주도한 이번 투자 라운드에 레드리버웨스트·비피프랑스 등이 참여했다.
슈퍼마켓·편의점 등 소매기업들이 절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보안 스타트업 '비전'에 투자금이 몰렸다. /사진=비전 홈페이비전은 새롭게 유치한 자금으로 소매업체 내 도난 사고가 가장 많은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비전의 전체 매출 중 약 10%가 미국 시장에서 나오는데 현지 자회사 설립, 인재 채용, 소매 체인과 파트너십 구축 등으로 이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현재 비전의 주요 미국 고객사는 숍라이트, 세븐일레븐, 키푸드스토어 등이다.
비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티볼트 다비는 "전 세계 도난 손실의 약 절반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매장에서 발생하는 도난 사고를 줄이고 직원과 운영수익을 지키려면 더 스마트한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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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나선 빈살만, 100억달러 벤처펀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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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설립한 국영 AI(인공지능) 전문 투자사 '휴메인(Humain)'이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 벤처펀드를 만든다. 이 펀드는 글로벌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휴메인의 타렉 아민 CEO를 인용해 "사우디 국영 AI 기업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스타트업에 투자할 100억달러 규모 벤처펀드인 휴메인벤처스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민 CEO는 특정 기업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데이터센터 분야의 거물급 기업들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메인은 이달 중순 빈 살만 왕세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을 앞두고 설립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 자회사로 AI 인프라 구축,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 생태계 전반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다. 회사 설립부터 이번 대규모 펀드 결성까지 기간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FT에 따르면 휴메인은 현재 엔비디아와 퀄컴, AMD, 아마존 등과 AI 관련 계약을 체결했으며, 2030년까지 1.9기가와트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770억달러(약 105조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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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동창업자, '오픈AI 대항마' 앤트로픽 이사회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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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사진=블룸버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 이사회에 합류했다. 앤트로픽은 오픈AI에서 퇴사한 직원들이 모여 2021년 창업한 AI 스타트업으로, 최근 기업가치 평가에서 615억달러(약 84조원)를 인정받았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앤트로픽은 공식 성명을 통해 "기술산업 베테랑 경영자이자 자선가인 헤이스팅스가 앤트로픽의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했다"며 "AI의 윤리적 활용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이 중요한 이 시점에 우리의 이사회를 이끌어가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헤이스팅스는 1997년 마크 랜돌프와 함께 넷플릭스를 창업했으며 DVD 대여사업에서 스트리밍 사업으로 전환, 현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만든 주역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2023년 넷플릭스 CEO에서 물러난 후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공식 성명 직후 헤이스팅스는 "앤트로픽은 AI가 인류에게 가져다 줄 혜택과 관련해 매우 낙관적이면서도 경제·사회·안전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앤트로픽의 AI 개발 접근 방식을 신뢰하고 인류의 발전을 돕기 위해 이사회 합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앤트로픽 이사회는 공동 창업자인 다리오 아모데이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투자자 야스민 자자비, 컨플루언트 CEO인 제이 크레프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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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크' 스타트업 키우는 일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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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기후·환경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 사진은 일본 도쿄 긴자거리. /사진=블룸버그일본 정부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기후·환경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다.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탄소 배출국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환경 기술 발전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환경성 차관인 코바야시 후미아키는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혁신과 창의성을 수용하지 않고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일본 내 기후 및 환경 스타트업 기술의 상용화 지원에 600억엔(약 57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그린테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은 선정 업체에 시드 자금을 제공하는 한편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일본 정부는 예산 외에 각종 연금과 기금 등을 연계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향후 기후 기술 분야 유니콘 가운데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차지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코바야시 차관은 "이번에 배정된 600억엔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앞으로 그린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계속 늘릴 것"이라며 "환경에 투자하는 것을 단순히 비용 측면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