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개 중국발 '직구'에 지쳤다…EU도 '수수료' 카드 꺼낸다

김희정 기자 기사 입력 2025.05.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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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송 구매품엔 2유로, 창고 배송 품목엔 0.5유로 부과 검토
"세관 업무 부담 과중"…미국은 중국발 소포에 관세 적용중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는 중국 초저가 패션업체 쉬인의 광저우 공장 /로이터=뉴스1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는 중국 초저가 패션업체 쉬인의 광저우 공장 /로이터=뉴스1
유럽연합(EU)이 쉬인, 테무 등 중국 직송플랫폼 판매업체의 소형 소포가 홍수를 이루자 취급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소형 물품의 안전 기준을 점검하는 데 막대한 세관 인력과 자원이 소요돼 비용을 보전하려면 수수료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발 저가 소포에 대해 면세 혜택을 없애고 관세를 부과한 데 이은 움직임이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위원이 이날 유럽의회에 연간 46억개에 달하는 소비자 직송 물품 관련 '취급 수수료'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위원회 제안 초안에 따르면 소비자 직송 물품에 2유로(3150원), 창고로 보내지는 물품엔 0.5유로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 같은 조치는 800달러 이하 소액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온 '드 미니미스(de minimis)'를 중국발 소포에 대해선 폐지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치와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라인에서 초저가에 구입하는 중국산 물건의 최종 판매가를 높이기 위해 이달 초 면세 혜택을 없앴고, 관세율은 무역휴전에 따라 당초 120%에서 54%로 낮추는 대신 정액 관세는 기존 발표된 100달러(약 14만원)를 유지하고 있다.

세프코비치 EU집행위원회 무역위원은 의회에 "중국발 소액 소포가 홍수를 이루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이들 물품이 안전하고 EU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불공정경쟁에 대한 소매업계의 불만을 떠나 유럽표준에 맞지 않는 위험한 물품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3년 6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테무의 웹 페이지가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2023년 6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테무의 웹 페이지가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그러나 세프코비치 위원은 취급 수수료 부과 조치는 '관세'가 아니라 아니라 물류품 처리에 따르는 세관의 행정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수수료를 소비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대신 쉬인, 테무 등 플랫폼 기업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안된 수수료는 미국의 관세에 비하면 가격 수준이 매우 낮다.

현재 EU로 수입되는 소액 물품의 90%는 테무, 쉬인 등 중국 소매 플랫폼에서 보내진 직구 물품이다. EU 지역에선 150유로(23만5000원) 미만 소액 소포에 '드 미니미스'가 적용돼 면세가 적용되는데,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해 46억개 소포가 이 방식으로 역내에 들어왔다. 유럽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EU의 물류 허브인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10억개 이상이 도착했고 프랑스, 헝가리, 이탈리아, 독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럽의회 내부 시장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독일 녹색당 유럽의회 의원 안나 카바치니는 취급 수수료 부과 제안을 지지했다. 그는 "판매자들이 예전처럼 (지역 내) 창고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면서 "세관에서 개별 품목보다 위탁품의 샘플을 검사하는 게 훨씬 쉽다"고 밝혔다.

EU 회원국들은 단일 시장 전반에 걸쳐 관세 규칙 개편안에 소액 수입품 취급 수수료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150유로 미만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도 폐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쉬인, 테무 등 직송플랫폼 판매업체도 부가가치세(VAT) 등록이 의무화되고, 수입업체로서 비로소 상품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 기자 사진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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