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발' 사로잡은 청년CEO...'지방대·여성·제조업' 3가지 장벽 뚫은 비결

김유경 기자 기사 입력 2023.04.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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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2>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만난 두 번째 주인공은 발편한 세상을 추구하는 나인투식스 기희경 대표입니다.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동양인은 서양인과 피부색 뿐만 아니라 발의 모양도 다르다. 그런데 똑같은 신발을 신는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니 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데 서양 패션 트렌드에 맞춰 백년 가까이 발을 홀대했다. 신발에 옷을 맞춰 입을 정도로 신발을 좋아했던 대학생은 신발에 발을 욱여넣는 게 의아했다.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29)가 6년 전 사업 아이템에 눈을 뜬 포인트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기희경 대표를 찾은 건 벤처생태계에서 보이지 않는 3가지 장벽을 잘 극복해가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홍일 대표는 "아직까지 투자자들은 지방대, 여성, 제조업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서 "하지만 기희경 대표는 지방대 출신의 여성 대표로 제조업을 꽤 잘 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3대 장벽들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독점시장을 찾아낸 창업가"라고 소개했다.

경기도에 있는 나인투식스 본사에서 만난 기희경 대표는 "원래 꿈은 기자였다. 잠깐 기자도 했었다"면서 "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생 때 사업아이템도 정하지 않고 사업자등록증부터 냈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30년간 신발사업을 했지만 기 대표가 대학교에 진학할 때는 사업이 힘들 때였다. 기 대표가 지방국립대인 경북대학교를 선택한 것도 4년 장학생으로 돈 한 푼 내지 않고 졸업할 수 있어서였다. 물려받은 건 사업이 아니라 아버지의 창업 DNA와 실패 경험, 그리고 30년 사업을 하며 얻은 교훈이었다.

기 대표는 "사업 아이템부터 시장분석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게 아닌 고객이 필요한 걸 찾고, 시장을 독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에 공감했다"며 "족저근막염 등 발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국내에는 깔창이 키 높이 용으로만 인식돼 있는 걸 보고 깔창을 시작으로 신발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나인투식스는 2017년 6월 설립된 신발·인솔(깔창) 전문기업이다. 동양인 발에 맞는 깔창과 신발을 개발해 워킹마스터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물컹슈즈'로 더 유명한 워킹마스터는 간호사, 판매원, 선생님 등 하루종일 서서 근무하는 서비스업 직군에서 입소문이 나며 불티나게 팔렸다. 덕분에 나인투식스는 2021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기 대표는 "마케팅도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대신 발의 피로감이 많은 사람들, 이를테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셰프, 카페 알바 하는 분들을 모델로 활용했다"며 "그래서 고객 반응도 더 빨리 왔다. 특히 지난해 신발 출시 후 매출 비중은 신발이 깔창을 넘어섰다"고 했다.

워킹마스터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다. 동양인의 발 구조에 맞게 발볼이 넓고, 오래 서 있어도 깔창의 쿠션감이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 대표는 "해외 유명 신발 브랜드들은 모두 서양인의 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동양인에게 맞지 않는다"며 "서양인의 발은 칼발인데 비해 동양인의 발은 발볼이 넓은 넙데데한 발이기 때문에 서양인 발에 맞춘 신발을 신으려면 동양인은 발을 욱여넣게 된다"고 했다.

나인투식스는 워킹마스터 깔창의 충격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실리콘을 베이스로 한 신소재를 개발해 특허 등록했다. 기 대표는 "워킹마스터 깔창의 충격 흡수율을 98.4%까지 높였다"며 "유명 브랜드 신발들도 깔창의 충격 흡수율이 70%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발에 피로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인투식스는 최근 더워킹마스터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열고 '쪽집게 테스트'라는 AI 발건강 추천 서비스를 선보였다. 키와 발 사이즈, 통증 부위 등을 알려주면 24개의 발 타입 가운데 본인의 발 상태를 알려주고, 가장 잘 맞는 깔창이나 신발을 추천해준다.

기 대표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전국 40곳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풋스캐너를 통해 40만명 넘는 발의 빅데이터를 모았다"며 "이를 통해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 압력이 쏠려 있을지 패턴이 분석됐다. 이제 간단한 설문으로도 풋스캐너로 확인했던 것처럼 발의 압력점 등을 대략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인투식스는 인포뱅크, 씨앤티테크,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8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받았으며 올 상반기 시리즈A 투자유치를 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가 질문하고 기희경 대표가 답한 일문일답.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와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와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Q) 사명이 아주 직관적이면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A) 회사명이 '나인투식스', 브랜드명이 '워킹마스터'다. 보통 9시부터 6시까지가 직장인 출퇴근 시간을 의미해서 회사명으로 정했는데, 이후 타겟을 직장인으로 한정하지 않고 확장할 목적으로 제품 브랜드 '워킹마스터'를 론칭했다.

Q) 본인은 신발을 총 몇 켤레 갖고 있나.
A) 신발을 좋아해서 많이 갖고 있다. 최근 정리해보니 120켤레 정도 된다. 보통 신발에 옷을 맞춰 입는 편이다. 그게 더 쉽다.

Q) 워킹마스터는 패션과 기능 어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나.
A) 누구나 발이 편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할까봐 다른 소비가 이뤄지는데 워킹마스터가 지향하는 바는 기능 쪽에 더 가깝다.

Q) 아버지가 사업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장학금을 받기 위해 지방국립대인 경북대학교를 갔는데, 부친이 창업을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전공이 신문방송학이어서 기자를 꿈꿨지만 아버지가 사업을 강하게 권해서, 대학교 졸업전인 2017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사실 환경이 중요한 것 같다. 사업 아이템을 정하지도 않았는데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사업자등록증부터 내고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임감을 느끼게 하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당시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신발 사업을 30년 정도 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금수저라고 생각한다. 특히 창업자의 DNA(유전자)가 금수저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Q) 부친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나.
A) 두 가지다. 우선 사업 아이템 설정부터 시장분석을 통해 시장을 독점해야한다는 말씀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와닿았다. 두번째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걸 해야 돈이 되고 그게 사업이라는 말씀에 공감했다.

Q) 처음에 쿠션 깔창으로 시작했다.
A) 국내엔 사실상 깔창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 키높이 용으로 인식돼 있어서 인식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족저근막염 환자들이 발에 통증을 느끼면서 찾고 있는데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깔창시장은 현재 우리가 독점하고 있지만 시장을 리딩해야하는 숙제도 있다.

서양인 발(왼쪽)과 동양인 발 비교/사진제공=나인투식스
서양인 발(왼쪽)과 동양인 발 비교/사진제공=나인투식스

Q) 외국 슈퍼마켓을 가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신발깔창이 있는데 워킹마스터와 무엇이 다른가.
A) 동양인 발에 맞는 깔창으로 차별화를 뒀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다 서양인의 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동양인에게 맞지 않는다. 칼발이 서양인의 발 구조라면 발볼이 넓은 넙데데한 발이 동양인의 발이다. 서양인 발에 맞춘 신발 안에 욱여넣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인데 그동안 동양인 발에 맞는 신발이나 깔창이 없었다는 게 의아했다.

Q) 발의 길이와 볼의 차이에 따라 하중이 눌러지는 지점도 다른가.
A) 다를 수밖에 없다. 4~5년간 풋스캐너를 통해 40만명 넘는 발의 빅데이터를 모았고, 이를 통해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 압력이 쏠려 있을지 패턴이 분석됐다. 3월 론칭한 '쪽집게 테스트'를 통해 키와 발 사이즈, 통증 부위 등을 알려주면 풋스캐너로 확인했던 것처럼 발의 압력점 등을 대략 알 수 있다. 그동안 발은 아픈데 본인의 발 상태는 잘 몰라서 이를 해결해줄 깔창이나 신발을 제대로 구매하지 못했던 분들은 풋스캐너를 이용하지 않고도 우리 서비스를 통해 발 상태를 확인하고 본인에게 맞는 깔창이나 신발을 이용할 수 있다.

Q) 40만명 발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것 같다.
A)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모으면서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걸 느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시장이다보니 우리에겐 기회라고 생각한다.

3월 론칭한 워킹마스터 사이트 캡쳐
3월 론칭한 워킹마스터 사이트 캡쳐

Q) 깔창에서 신발사업으로 확장했는데 어려움 없나.
A) 깔창은 반품이나 교환이 거의 없었는데 지난해 신발사업을 시작하면서 깔창에 비해 반품교환 건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신발시장을 가야 한다면 겪어야 할 일이고,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어쨌든 발을 편하게 한다는 건 깔창의 기능과 같기 때문이다.

Q) 워킹마스터의 고객은 누구일까.
A) 간호사, 판매원, 선생님 등 하루종일 서있어야 하는 서비스업 직군이다. 그래서 마케팅도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대신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셰프, 카페 알바를 하는 분들을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고객 반응도 더 빨리 왔다. 신발 출시후 신발 매출이 깔창 매출을 넘어섰다.

Q) 워킹마스터 신발제품의 특징은 무엇인가.
A) 물컹슈즈라는 별명이 있다. 동양인의 발 구조에 맞게 발볼이 넓고, 오래 서있어도 깔창의 쿠션감이 죽지 않는다는 게 대표적인 특징이다. 실리콘을 베이스로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 걸을 때 우리의 하중을 지탱하는 충격 흡수율을 98.4%까지 높였다. 유명 브랜드 신발에 넣은 얇은 깔창들의 경우 충격 흡수율은 70%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Q) 실리콘 소재 깔창은 특허로 등록됐나.
특허로 등록했다. 카피제품이 나와서 법적 대응도 하고 있다. 카피제품이 나와도 고객은 역시 오리지널리티(진품)를 찾고 후기에 카피제품에 대한 정보까지 올려준다.

Q) 대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대응 방안이 있나.
A) 이 시장은 관리가 까다롭다.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기존에 잡고 있는 패션화 시장을 포기하면서 진출할 시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더 독점할 수 있는 시장이다.

Q) 깔창과 신발 외에 양말도 가능할 것 같다.
A) 맞다. 양말시장과 슬리퍼 시장으로도 순차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기희경 나인투식스 대표 인터뷰 /사진=안양(경기)=이기범 기자 leekb@
Q) 아버지의 사업경험 중에 도움이 됐던 것은 무엇인가.
A) 아버지가 실패했던 경험담 중에는 항상 사람의 문제가 있었다. 아버지의 경험담이 없었다면 평소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그냥 계약했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브랜드를 팔라는 제안도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볼 때 그냥 미끼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했다. 또 사람들은 돈을 준 만큼 일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배웠다. 보통 대표가 직원들에게 인간적으로 잘해주면 직원들도 일을 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사업은 노동의 댓가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Q)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A) 많다. 사업 자체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데 역시 사람 문제가 힘들다.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했는데 역으로 MZ세대한테 이용당한 적이 있다. 나도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젊은 친구들을 고용하다 보면 세대 차이를 느낀다. 수평적인 문화를 적용하려고 할 때마다 일이 지체되는 걸 겪으며 경영자 입장에서 일과 사람 중 우선순위를 고민하게 된다. 앞으로 계속 숙제일 것 같다.

Q)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창업자들을 만나봐도 취업했다가 다시 사업을 하는 걸 보면 결국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들은 사업을 하게 된다. 사업을 해보면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인생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사업을 해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꼭 사업을 해야 될까라는 생각으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과감히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기희경 대표 아버지와의 미니인터뷰.


Q) 딸에게 창업을 왜 권유했나.
A)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사업을 해야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잘 하면 신분 상승의 기회도 온다. 세번 실패 했는데도 매력이 있다. 직장을 다니다가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안되고 학생 신분이라도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권했다.

Q) 한국사회에서 지방대, 대학생, 여성창업이 호의적이지 않다. 기회가 크다는 이유로 권유 한 걸 후회한 적은 없는가.
A) 사업을 30년 해보니 안될 때도 있고 잘 될때도 있다. 지방대가 마이너스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창업시장은 모두에게 개방된 시장이다. 누구나 방법을 알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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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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