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무시하지 마라"...르완다·남아공에 'K-드론' 뜬 이유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2.12.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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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진격의 K스타트업, 세계로!]
드론 스타트업 인투스카이, 호주 XM2와 르완다 공략
아프리카 시장 확대에 한·아프리카재단도 지원 사격
자율비행 SW 기술력·사후관리 등 중국산과 차별화

정선웅 인투스카이 대표 /사진=고석용 기자
정선웅 인투스카이 대표 /사진=고석용 기자
"세계 최대 드론기업 중국 DJI를 이길 수 있는 건 우리 뿐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미 국내 농업용 드론 시장에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죠."

중국 기업들이 80%를 점유하는 글로벌 드론(무인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토종 스타트업이 있다. 드론 제조 스타트업 인투스카이가 주인공.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지 2년여 만에 국내 산업용 드론 제조기업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인투스카이는 중국이 독점하는 글로벌 드론 시장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인투스카이의 주력제품은 농업용 드론이다. 지난해 기준 670여대를 판매했다. 점유율 20% 수준이다.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게 2020년인 점을 감안하면 평가는 달라진다. 불과 2년 새 거둔 성과여서다.

비결은 사용자 환경을 고려하는 특화전략이다. 인투스카이의 드론 조종 소프트웨어는 지도 터치 한 번으로 비행구역 설정이 가능하다. 지대 높이에 맞춰 비행고도를 조절하는 자율비행기술도 탑재했다.

정선웅 인투스카이 대표(사진)는 "사용인구가 고령화돼 있고 농지가 작고 경사진 국내 환경에 특화해 시장을 공략했다"며 "중국 드론기업들의 고질적 문제인 AS(사후서비스) 미비 문제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XM2와 협력해 르완다에 드론 수출"


인투스카이는 이같은 성장세를 발판으로 미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고정관념과 달리 아프리카의 드론 수요는 상당하다"며 "인투스카이 입장에서는 어디든 시장만 있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인투스카이가 공략한 국가는 중앙아프리카에 위치한 르완다다. GDP(국내총생산) 110억달러 수준으로 경제순위 136위에 그치지만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드론 국가다. 2016년부터 선제적으로 드론을 활용한 혈액수송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드론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집중육성하고 있다.

르완다와 인연은 호주의 드론 촬영전문 한인기업 XM2와의 제휴·협력에서 시작했다. 정 대표는 "XM2가 제조에 뛰어들면서 설계·부품 등 제휴를 위해 인투스카이와 협력관계를 맺었다"며 "XM2가 제조를 르완다 기업에 맡기고 있어 르완다 현지기업과의 관계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인투스카이가 양산모델을 부품단위로 수출하면 르완다 현지공장이 조립해 제품을 완성하고 호주의 XM2가 현지 운용·판매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의 현지 수출은 빠르면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농업은 물론 말라리아 등 전염병 퇴치를 위한 방역, 오지의 구호물품 긴급배송용 등 다양한 수요가 있었다"며 "아프리카 드론 시장 역시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국내처럼 기술력과 사후서비스 등으로 대결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시장, 기대 이상"…남아공도 공략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로 네트워크를 확장해준 곳은 외교부 소속 한·아프리카재단이다. 한·아프리카재단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확대를 위해 2018년 설립된 기구다. 아프리카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부터 국내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 등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벤처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스타트업도 지원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프리카 대륙의 전체 벤처투자액은 31억4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한·아프리카재단은 이에 맞춰 올해 '차세대 유니콘 인큐베이팅 사업'을 신설하고 국내 스타트업을 선발해 현지화를 위한 액셀러레이팅, 시장·제도 교육, 현지 콘퍼런스 참석 등을 지원한다. 올해는 인투스카이를 비롯해 △휴젝트(에너지 하베스팅 개발) △에이치엔노바텍(대체육 개발) △로비고스(스마트물류) △라온티알엠(차량, 건축용 필름소재) △모빌리오(중장비 충돌예방 솔루션) △마로마브(교육용 게임개발) △가제트코리아(데이터 로밍 솔루션) △제프프레임(스마트시티) 9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아프리카아레나 그랜드 서밋'에 참가했다.

이 행사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50여명의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을 대상으로 IR(기업설명회)도 진행했다. 현지 행사에 참석한 임석빈 인투스카이 이사는 "놀랍게도 현지에서 활동 중인 유럽계 VC,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들이 인투스카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현지 수요와 중국 기업 평가, 공략방법 등을 확인한 기대 이상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K드론, 기술력·가격 경쟁력 충분…中 천하 넘어설 것"


아프리카아레나 그랜드 서밋'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인투스카이는 아프리카 시장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첫술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조급해지면 스타트업은 성공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이번 행사를 계기로 르완다 외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시장성과 인투스카이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투스카이는 최근 진행 중인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가 마무리되면 기술 고도화와 해외시장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는 성장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드론 시장규모는 43조2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시장은 1조4000억원(3.2%)에 그친다.

정 대표는 "중국이란 벽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술력·가격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아프리카를 포함해 미국·중국·유럽은 물론 동남아, 남미까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언젠가는 해외 상장까지 도전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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