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하는 게 일상"…폐타이어 신고 첫발 뗀 지구 디톡스

최경민 기자 기사 입력 2022.09.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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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27-② 업사이클링: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의 모든 기사는 일체의 협찬 및 광고 없이 작성됩니다.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사진=트레드앤그루브 제공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사진=트레드앤그루브 제공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들어보자!"

2020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온씨는 이런 사업 아이템을 생각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폐타이어를 잘라 끈을 묶어 샌들처럼 신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떠올린 아이템이었다.

공부를 해보니 폐타이어는 전세계적 문제였다. 매년 전세계에서 약 1350만톤(t), 국내에서만 약 35만톤의 폐타이어가 배출되고 있었다. 이것들을 매립하면 토양이 오염된다. 발전소 등에서 소각한다고 해도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겐 필수적인 타이어, 지구에는 독(毒)이었다.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28세)는 지난 6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찐터뷰'와 만나 창업 동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업을 하자"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한 사업이었다고. 그렇게 창업을 한 뒤 지난해부터 '폐타이어 신발'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질과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입소문 속에 1년 동안 약 4000~5000켤레 정도를 판매할 수 있었다.


근성의 20대 CEO…"거절이 일상이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전공이 도시사회학과 창업학이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창업한 친구 2명의 전공은 경영학. 이들은 어떻게 '폐타이어 신발'을 불과 1년 만에 내놓을 수 있었을까. 그와 조금 더 얘기를 나눠봤다.

- '폐타이어 업사이클링' 첫 시작은 어떠했나.
▶"사업 아이템을 정한 그날 한 카센터로 갔다. 거기서 주신 폐타이어 하나를 학교로 굴려와 바로 연구를 시작했다. 타이어를 잘라도 보고 그랬었다."
트레드앤그루브의 신발. 타이어 무늬를 그대로 살린 게 특징이다.
트레드앤그루브의 신발. 타이어 무늬를 그대로 살린 게 특징이다.
- 그런데 '신발'은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잖나.
▶"성수동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분들을 찾아갔다.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여쭸다. 그냥 발로 뛰었다. 기계도 우리가 아이디어를 구상한 후 문래동의 장인들에게 찾아갔다."

- 신발, 기계 장인들은 뭐라고 하던가.
▶"거절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성수동에서는 90%가 '안 해봐서 못 하겠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와중에 한 분이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곳과 지금까지도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문래동에서도 거의 안 된다고 했었다. 계속 타협하고 설득하고…그러다 보니 우리 상상을 장인들이 구현해주시더라. '젊은이들이 해본다는데 도와줘야지' 이렇게 작업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 첫 제품은 언제 나왔나.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 신발이 너무 무거울 때도 있었고, 너무 딱딱할 때도 있었다. 개선하고, 보완하고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2020년 11월쯤 첫 제품이 나왔다. 그 제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그 뒤로 펀딩을 몇 차례 더 했고, 그 돈을 다 재투자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 또 재투자해서 새 기술도 만들고 있다."


'착한 것'만으론 부족해…폐타이어 신발의 경쟁력


트레드앤그루브는 폐타이어로 신발 밑창을 만든다. 신발 몸체 원단은 폐플라스틱이나 비건 가죽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다. 경기 남양주 작업실에서 폐타이어를 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재로 만들고, 신발 자체는 부산의 신발산업단지에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폐타이어 업사이클링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타이어의 껍질을 도려내는 식으로 진행한다. 타이어의 무늬 그대로 살린 제품에 적용 가능하다. 두 번째는 분쇄한 타이어의 고무 성분을 모아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첫 번째 방식은 폐타이어의 10% 정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한다. 두 번째 방식은 폐타이어 거의 대부분을 업사이클링하는 게 가능하다.
트레드앤그루브와 한국타이어의 콜라보/사진=트레드앤그루브 인스타그램
트레드앤그루브와 한국타이어의 콜라보/사진=트레드앤그루브 인스타그램
트레드앤그루브의 제품은 △수제화 같이 견고한 디자인의 외관 △검은색 타이어의 질감을 살린 바닥이 특징이다. 타이어 무늬는 여타 브랜드의 신발과 확실한 차이점을 준다. 속칭 '힙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타이어는 당연히 내구성이 좋고, 미끄러움도 방지해준다"라며 "타이어를 써서 딱딱하거나 무거울 것이란 편견이 있는데, 신어보면 그런 말들을 거의 하지 않는다. 업사이클 과정에서 타이어 속에 포함된 무거운 철사 등을 제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적인 것, 지구를 지키는 것, 다 좋지만, 아무리 착한 의도의 제품이라도 내구성이 떨어지거나 디자인이 별로라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우리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예뻐서 산다'고 말한다. '착한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런 방향의 사업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나이키는 아니지만, 나이키가 시작한다면?"


트레드앤그루브가 그렇게 1년 동안 신발을 팔며 업사이클한 타이어는 15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타이어 한 개의 무게를 11㎏으로 잡았을 때 16.5톤 정도 하는 양이다. 물론 적은 양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만 연 35만톤의 폐타이어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나이키도, 아디다스도 아니다. 우리가 폐타이어를 업사이클 해봐야 그렇게 많이 쓸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만약 나이키가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지구에 있는 많은 폐타이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샌들 형태의 제품/사진=트레드앤그루브
샌들 형태의 제품/사진=트레드앤그루브
그는 "우리 같은 회사들이 많이 생기면 조금씩 사회를 바꾸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일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경을 가장 많이 오염시켜온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도 이제 '친환경' 얘기를 하잖나. 그런 회사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모두 친환경에 대한 메시지와 마중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힘을 줬다.

이 대표는 이 '마중물' 역할에 있어 분명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한 대학생의 꿈이 현재 진행형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다. 이 대표는 자신과 트레드앤그루브의 역할에 대해 다음처럼 말했다.

"업사이클링 트렌드가 이제 응원을 많이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죠. 만약 우리 같은 기업들이 별로인 제품을 만들면 '친환경 제품은 다 별로'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사업은 당연히 피해를 받을 것이고, 더 좋은 친환경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주저하게 될 것이에요. 우리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친환경 트렌드' 속에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 기자 사진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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