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서랍속 잠자는 기술 깨울 '갭 펀딩' 늘리자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9.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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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보다 더 밝고 선명해 차세대 TV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 TV'는 삼성과 LG 등 국내 TV 메이커들의 향후 생존이 걸린 제품이다.

최근 TV 시장 수요 절벽을 돌파할 대안인 데다 막강한 가격경쟁력으로 보급형 TV사업을 펼쳐온 중국 업체들이 이젠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우리 뒤를 바짝 쫓고 있어서다.

이런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첨병으로 나선 한 대학과 중소기업의 활약이 눈에 띈다. 아주대와 ACF(이방성 전도성 필름) 전문기업 에이치엔에스(H&S)하이텍이 그곳이다.

마이크로LED는 머리카락 두께(평균 100㎛)보다 작은 10~5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매우 작은 LED를 광원으로 쓴다. 초고화질 8K(7680×4320 해상도) TV의 경우 마이크로LED가 약 1억개 이상 필요하다. 이를 일일이 디스플레이 패널로 옮겨 심다 보면 패널 군데군데에서 불량 화소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주대 나노입자 정렬기술 기반 바이오·전자부품소재 중개연구단과 H&S하이텍은 공동연구를 통해 '마이크로L ED 본딩(고정)용 필름제조 기술과 테스트 소켓 제조·검사법'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이는 2만개 이상의 마이크로 LED에 전원을 동시에 공급하고 점등 여부를 확인한 뒤 불량 LED를 신속하게 걸러내는 검증 기술이다.

마이크로 LED 불량률을 낮추면 두세번 작업할 일이 한 번으로 줄게 돼 결과적으로 생산원가도 대폭 낮출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일관된 품질과 시장 선점 기회까지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천기술은 김재호 아주대 교수가 약 10년간 연구해온 나노입자 정렬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서랍 속에 묵힐 뻔했지만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 R&D' 사업을 만나 빛을 볼 수 있었다. 김 교수는 84억원 규모의 후속 R&D를 지원받았다. 액수로 볼 때 적잖은 규모이나 기술이전·사업화를 위해선 이 이상의 투자가 들어갈 때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같이 후속 R&D가 지원되면 당장 우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적지 않다. 국가 R&D(연구·개발) 사업 대부분이 기술성숙도(TRL) 5~6단계, 즉 시제품·시작품 제작 단계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최근 아주대와 같은 성공사례를 더 많이 도출하기 위한 '갭 펀딩'(Gap funding)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투자 여력이 약한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엄격한 평가를 거쳐 TRL 단계를 9단계(사업화)까지 끌어올리는 후속 R&D를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부처 별로 운영되고 있는 갭 펀딩 프로그램을 통합해 범부처 차원의 '국가 R&D TRL 부스터 프로그램'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아주대 사례에서 파급효과를 입증한 만큼, 앞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이전·사업화 정책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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