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窓]생각나게 만든다는 것
얼마 전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까마득한 옛날, 그러니까 중학교 때 후배에게 온 것이었다. 중학교 땐 퍽 친하게 지냈지만 세월이 흐르며 연락이 끊긴 친구였다. 며칠 전 우연히 내가 쓴 글과 책을 보게 됐고 마침 푸른 초여름 녹음을 보다 생각이 나서 연락하는 거라고 했다. 여러 차례 읽어보길 시도한 책 중 하나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 저) 속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다 과거를 떠올렸다는 그 유명한 문구처럼 문득 추억에 잠겼을 때 그 안의 등장인물이 된다는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언뜻 비슷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벅찬 일 중 하나가 특정 니즈에 따라 훅 떠오르는 사람 또는 제품이 되는 것이다. 이게 필요의 영역으로 가면 생각보다 꽤 복잡한 논리구조를 동반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퀴즈쇼 결승전에서 지인에게 답을 물을 수 있는 전화찬스를 딱 한 번 쓸 수 있을 때 가장 적합한 상대방을 떠올리는 과정은 어떤 흐름을 담고 있을까. 학창 시절 공부를 제일 잘한 친구, 전
유재연기자
2024.06.03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