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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로아스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2005년 'Thin-slicing(얇은 조각)'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작은 단서만으로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가리킨다. 노련한 테니스 코치가 선수의 서브 동작을 보는 순간 더블폴트를 예상한다거나,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건물 붕괴를 직감하고 대피 명령을 내리는 게 대표적 사례다.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훈련이 쌓여 순식간에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훈련된 직관'이라고도 한다.
산업 현장에서도 이런 직관을 보유한 전문가 집단이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 설비의 작동 소리를 듣고 불량이나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이들이 공장마다 5~10명씩 있다. 이재현 로아스 대표는 엔지니어로 일하며 수많은 국내외 현장을 다니다가 "21세기에도 이걸 사람이 직접 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 대신 소리를 듣고 위험을 미리 판단하는 알고리즘 'AI스퀘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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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속에서 필요한 소리만 잡아내는 원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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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숙련 인력에 의존하던 기존 산업 현장의 음향 검사는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일부 현장에서 전문장비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생산설비를 대부분 멈춘 채 검사하는 한계가 있었다. 공장을 멈추는 자체가 수억원의 비용 손실을 야기했다.
이재현 대표는 "자동화가 이렇게 많이 진행된 시대에도 사람이 생산라인에서 귀 기울여 소음을 걸러낸다는 모습 자체가 상당히 우스운 일"이라며 "이런 소음 진단을 정량화하려는 수요는 항상 시장에 존재했지만 대부분 공장 내를 떠도는 노이즈와 실제 필요한 고장음을 구별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로아스의 핵심 알고리즘 'AI스퀘어'는 원하는 소리만 골라내는 게 핵심이다.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 아기가 "엄마"를 부를 때 부모가 그 소리를 기가 막히게 포착하는 것과 같다. 우선 다채널 마이크로폰 센서를 다수 배치해 공간마다 구역을 나눈다. 그 공간 속 소리 전체를 수집한 뒤 노이즈라고 판단되면 그 소리를 의도적으로 낮춰 수집한다. 일종의 소프트웨어적 음향 필터다. 동시에 카메라가 영상으로 목표물을 포착한 뒤 그 주변 소리를 집중 수집한다. 공장 내 배관이 목표라면 그 윤곽선에 해당하는 구역을 따라 소리를 증폭해 AI가 검사를 수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알고리즘 'AI 스퀘어'는 지능형 음향검사 시스템 'SMART', 산업통합관제플랫폼 'ARQOS', 도심형 드론 탐지시스템 'AirScope' 등에 탑재돼 산업 현장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세 제품 모두 사업장 소음 속에서 이상소음 데이터를 탐지·분석해 위치를 실시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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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이 검증한 기술력 "사람보다 우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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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디캠프 마포에서 열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스타트업의 성과를 공개하는 ‘배치 2기 디데이(d.day)’에서 관람객들이 로아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디캠프로아스의 기술은 삼성, LG 등 대기업의 생산 현장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다. 현재 LG전자 가전제품 라인에 사람 대신 투입돼 설비 불량을 탐지하고 있다. 매일 6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재학습시키며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누적되는 데이터 덕분에 로아스의 알고리즘은 실시간 진단을 넘어서 향후 설비가 언제 어떻게 고장 날지 예측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이재현 대표는 "LG 등의 기술연구 부서에서 직접 사람과 AI스퀘어의 탐지 능력을 비교 평가해본 결과 AI스퀘어가 우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현장에 즉시 로아스 제품을 투입해 생산시설마다 5~10명씩 진단 인력을 감축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드론 시스템 'AirScope'는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에서 이미 운영 중이고, 올해 6월 평택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한국서부발전도 로아스 제품을 쓰고 있다. 서부발전은 로아스가 기술적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이 되는 현장 데이터를 제공하며 협업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공공데이터 활용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서부발전 플랜트 현장에서 데이터를 제공 받으며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며 "발전소가 국가 기간시설이다보니 국정원의 통제까지 받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서부발전이 없었다면 로아스의 기술검증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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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아시아 시장까지 정조준 "사람 없는 공장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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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로아스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로아스의 고객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에코프로 양극재 공장에도 양산형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동서발전과도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현대자동차 계열 현대트랜시스와 같은 자동차 시트 업체들도 속속 로아스의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매출 목표를 최소 55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여러 생산설비와 발전소에 더해 도심 보안 시장도 향후 진출을 준비 중이다. 거리에서 사람의 비명 소리가 나면 방향과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현장에 도달하는 '패트롤 로봇'이다. 산업 현장에서 갈고닦은 기술이 도시 안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아울러 플랜트 시장의 규모가 큰 중동과 서아시아 방면으로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진행하는 해외 플랜트 사업 기반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음향진단 공동 연구를 통해 음향 진단기술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재현 대표는 "위험한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도 안전 진단을 하면서 생산 품질이 향상되고 제조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된다"며 "고객사의 공장이 불을 끈 채 사람 하나도 없이 돌아갈 수 있는 '다크 플랜트'가 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