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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AI 3대 강국 충분하다…이것만 해결되면"(종합)

안재용 기자 기사 입력 2025.11.1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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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인사이츠 고문단 미래전략 좌담회]패러다임의 전환, 우수인재 유치-전력 고도화-글로벌화 전략

[편집자주]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고문단인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GK인사이츠 이사인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기업의 글로벌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 /사진=김창현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기업의 글로벌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 /사진=김창현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고문단인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GK인사이츠 이사인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고문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세 전쟁, AI(인공지능) 대전환 등이 경쟁의 룰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재 육성·해외 인재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등 AI 신산업을 육성하고 전 세계를 목표 시장으로 해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당분간 엔비디아 독주할 것…피지컬·버티컬 AI 키워야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이하 박 교수) : 최근 엔비디아가 한국에 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AI 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중심이던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 전환기에 어떤 방향으로 '퀀텀 점프'해야 한다고 보나. 특히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HBM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이하 박 고문) : 당분간 엔비디아를 따라갈 기업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로 병렬처리 하는 기술을 키운 것은 젠슨 황이 AI에 오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지능'을 만들었지만 수혜는 엔비디아가 봤다. 엔비디아가 쿠다 베이스의 학습·추론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다.

학습량이 특정 지점을 통과하자 병렬식으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두뇌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학습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 많이 들어간다. HBM은 D램을 쌓아서 뚫은 것인데 공부 잘하는 사람이 책을 빨리 읽듯 학습과 추론의 힘을 갖게 한다. 다만 메모리를 엄청 빨리 쓰면 열이 생기고 과부하가 걸린다. '열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나오면서 최고 성능을 내달라'는 것이 엔비디아의 요구다.

AI가 인프라로 존재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AI 시대가 오면 하드웨어는 1~2년 가고 소프트웨어가 그후 주력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인프라가 덜 갖춰져 소프트웨어 시대가 아직 안 오는 것이다. 메모리 1, 2등이 모두 우리나라에 있는 만큼 이 분야를 잘하면 AI 시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반도체는 과거 500 공정에서 지금은 700 공정이 필요한데, 중국이 HBM 이걸 따라잡는 것은 우리나라 축구를 중국이 따라잡는 것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GK인사이츠 이사) /사진=김창현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GK인사이츠 이사) /사진=김창현
-박 교수 : APEC 회의에서도 논의된 바와 같이 AI는 이제 각국의 국가전략 핵심이 됐다.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데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나.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이하 전 고문) : 국내 제조업을 몇십 년 동안 이끈 장인들이 이제 나이가 들었다. 굉장히 중요한 우리나라 자산인데 그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다. 이것을 데이터화해서 피지컬 AI에 넣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게 빠져있다. 중국보다 뛰어난 경쟁력인데 데이터화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박 고문 : 버티컬 AI가 나올 시점에 인재를 잘 수용하면 AI 3대 강국을 만드는 요소로서 떠오를 것이다. 우리나라 인재가 유출이 안 되면 AI 3대 강국으로 갈 수 있다. 세계 1~2등 산업이 있어야 먹고 산다. 그걸 잘 활용해서 버티컬 AI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AI가) 맛만 보여주고 있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굉장히 집적화된 나라다. 어느 나라보다 AI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빠를 것이다. 싱가포르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우리나라가 AI로 무장하는 것, '소버린 AI' 강국으로 가는 데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기업의 글로벌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사진=김창현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기업의 글로벌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사진=김창현
-박 교수 : 최근 엔비디아의 GPU 공급 이슈로 향후 AI 인프라 전력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기존 전력망(화력·원전)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연적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에너지 대전환기'의 관점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현실적 에너지 믹스 전략은 무엇이라 보나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이하 신 고문) : 데이터센터가 엄청나게 전기를 쓰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감당할 수 없다. 지금은 괜찮은데 향후 10년, 20년을 보면 부족하다. 산업 자체가 전기화되고 있다.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지만 피크 부하를 감당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수요 관리라는 측면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믹스를 보면 화석에너지는 30%, 원자력 27~28%, LNG(천연가스)는 현재 피크부하를 감당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꽤 많이 늘어서 15% 정도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력인프라를 잘 운용하는 나라다. 미국은 자주 블랙아웃(정전)이 된다. 다만 앞으로는 우리도 감당하기 어렵다. 에너지 전략은 3가지 키워드로 봐야 한다. 탈탄소화, 에너지 경제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가 들어가는 에너지 분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적어도 30%는 돼야 한다.

-박 교수 : 수소연료전지, ESS, 2차전지 산업이 서로 연결되며 전력망의 분산화와 지역 갈등(예: 송전선 건설, 주민 수용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신고문께선 두산과 LG에너지솔루션의 경험을 모두 갖고 계신데, 이러한 '전력 인프라 혁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신 고문 : 신재생에너지도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는 글로벌 기준에 비해 비싸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의 발전단가 균형점)가 안 된다. 설치도 비싸고 수용성 문제를 풀기가 상당히 어렵다. 신재생에너지는 바람·햇빛 등에 따라 달라져 전력 계통을 흔들기도 한다. 이에 따라 화석에너지 사용이 줄어들고 기저부하로서 원자력발전은 운영 효율화를 하고, 소형모듈러 원자로 (SMR)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여러 가지 한계를 풀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같이 발전해야만 그리드패리티를 달성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우선 공급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게 한축이다. 또한 부대 산업이 같이 가줘야 한다. ESS(에너지저장장치)·수소 등 시스템이 만들어 져야 한다. 또 금융이 따라가 줘야 한다.

진짜 중요한 건 지역 수용성이다. 지역에서 태양광 사업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면 왜 지역에서 수용이 어려운지 봐야 한다. 태양광 발전을 하면 산을 깎아야 하고 풍력발전을 하면 소음이 생긴다. 물류센터 하나 들어와도 지역발전기금 받는 게 당연한 문화도 있다. 외지인들이 돈 벌어가는데 태양광 패널은 망가지면 방치된다는 피해 의식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허가 줄 때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지역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계통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발전은 지방에서 하는데 전기를 많이 쓰는 건 수도권이다. 우리나라는 송전망 건설이 원전 건설 이상으로 수용성 확보가 어렵다.

-박 교수 : '전력 인프라 혁신'과 '지역 수용성'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전략이나 구체적인 산업 협력 모델은 있나.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사진=김창현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사진=김창현
▶신 고문: 지역 주민이 이익이 나게 해줘야 한다. 성공 사례가 독일에도 많고 대한민국에도 있는데 주민 협동조합으로 사업 참여 시 배당금이 웬만하면 7~8% 정도가 나온다. 지자체와 금융회사· 발전사업자가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들면 된다. 지역발전기금을 내는 걸 제도화하는 방법도 있다. 또 발전사업을 하다 보면 운영,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교육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다. 지역주민들이 이웃 동네의 성공사례를 봐야 한다. 배당·취직·발전기금 등 지역주민이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신뢰를 가져가야 한다.

▶전 고문 : '살림(살리다의 명사형) 유닛(공동체)'이 필요하다. 우리 마을을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 해야 하는 데 에너지부터 전환하자는 것이다. 과거 한국전력이 전력 계통 분리를 반대했지만, 앞으로는 한전도 AI(인공지능)로 전기 수요가 많이 나오면 감당하기 어렵다. 발전소를 더 건설해야 한다고 할 텐데 시간이 없다.

살림 유닛은 협동조합을 만들든 공동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든 하자는 것이다. 전국에 이미 하고 있는 혁신가가 1500명도 있다. 살림 유닛을 위한 전력 인프라를 만들면 한전도 당위성이 생긴다. 지역소멸 계속되고 있는데 지역소멸 관련 예산을 살림 유닛에 투입하면 확산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관리 부분도 전기차가 들어가면 전기차가 ESS 역할을 해줄 수가 있다. 이게 실증이 잘 되면 전 세계적으로 수출도 가능하다.

'살림 유닛'은 단순한 주거 공동체를 넘어 기존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논리적 단위'다. 과거 거대했던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PC'로 분산되며 컴퓨팅 파워가 폭발했듯이, 현대의 거대 도시(메인프레임) 역시 '살림 유닛'(PC)으로 분산되어야 한다.



K컬처 발전, 한한령이 자극제…글로벌화해야 성공



-박 교수 :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간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K컬처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관광·유통·식품 산업을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K컬처를 브랜드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화'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기업의 글로벌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 /사진=김창현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를 열고 '한국기업의 글로벌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 사장,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 /사진=김창현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이하 황 고문) : 우선 K컬처를 보면 가수 보아가 일본에서 데뷔했던 때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상영됐다. 욘사마·지우희메가 나왔던 것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와서 된 것이다. 당시 SM이 왜 일본에 갔겠나. 지금은 한국의 K컬처 시장이 크지만 그 당시에는 일본이 30배 이상 훨씬 컸다. 생존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접 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한령(한류 제한)을 한 것도 자극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K컬처가 중국 시장에 안주했다면 이렇게 발전이 안 됐다. 박진영도 그렇고 이수만도 그렇고 글로벌로 가서 성공했기 때문에 K컬처가 있는 것이다. 저신뢰 국가인 중국을 안 가고 미국과 유럽으로 갔기 때문에 성공했다. 이런 기조는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장품도 현재 한국이 세계 3위 수출국이다. 우리가 중국에 의존했으면 그렇게 못됐을 것이다. K코스메틱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으로 갔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K컬처의 성공 이면에 있는 국내 서비스 산업의 현실적 고충도 있다. 과거 롯데가 지방 호텔을 체인화하려 했으나 채무자들이 '브랜드 로열티' 지급을 반대해 무산된 경험이 있다. 호텔 관광은 유통이나 제조업보다도 '고용 효과'가 크다. 객실 200실짜리 호텔 하나가 100명을 고용하는데, 경우에 따라 5조 원짜리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보다 고용이 많을 수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박 교수 : 롯데가 추진했던 해외 시장 진출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도 함께 듣고 싶다.

▶황 고문 : 롯데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동남아로 갔다. 글로벌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신뢰 국가로 진출하는 것은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신뢰 국가를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2009년에 중국에 진출할 때 많은 토론을 했다. 저신뢰 국가는 큰 투자는 아니더라도 씨앗을 뿌리는 '시딩' 개념으로 지금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10년, 20년 뒤에 진입을 할 건지 철수를 할 건지 판단할 수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후반에 들어간 기업들이 20년 지나고 나니 더 이상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했다. 우리 기업도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 지금부터 시딩을 해야 10년 뒤에 계속 갈 건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공급망 문제, 관세 문제를 다 회피하기 위해서 거점 다변화를 가지는 게 기업 측면에서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다.

-박 교수 : AI(인공지능), 공급망 재편 등 거대한 흐름이 '글로벌 경쟁의 룰'을 바꾸고 있다. 이 시기에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미래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 고문 : 글로벌 경쟁력 위해 필요한 것은 옛날에도 인재였는데 지금도 인재다. 고 이건희 삼성회장이 천재 1명이 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10만 명·100만 명인 것 같다.

지금 우수 인력들이 의대로 간다. 그나마 있는 이공대 인재도 절반은 해외로 간다. 데이터를 보면 40~50%가 나가고 있다고 한다. 안 나간 나머지 중에서도 30% 이상이 기회만 되면 나가고 싶어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핵심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고 유지하고, 그들이 만족할 환경을 기업과 나라가 조성하는게 중요하다.

중국이 사실 거시경제가 어려운데 기술쪽에서는 잘 나가고 있다. 6G(세대) 통신은 중국이 거의 표준을 잡을만큼 특허가 많고 AI를 중국이 잘하는 것은 다 아는 일이기도 하다. 중국이 하이테크를 잘 하는건 인재 관리가 우리랑은 달라서다. 성공을 하면 엄청나게 보상을 한다. 해외 기업들도 한 사람을 데려오려고 수천억을 쓴다. 우리도 어떻게 핵심인재를 파격적으로 대우할 것인지를 논의할 시점이 됐다.

▶박 고문 : 우리나라에 최근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이 드물다. 저는 그것이 좀 다른 징후로 보인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하나의 혁신이 돼 세상을 바꿨다. 그것에 부수적으로 나온 것이 스마트폰이다. 지금은 AI가 등장했다. 혁신마다 유니콘이 나온다. 자본시장이 밀어주는 것, 유니콘이 나오는 것을 버블이라고 한다. 혁신 산업에 안 가면 불안한 것이 돈의 속성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네이버가 나오고 SNS(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카카오가 나오는 등 우리 유니콘이 탄생을 했는데 AI라는 변화에도 왜 유니콘이 안 나오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 유니콘을 만들수 있는 인재 집단을 해외 유니콘이 뽑아가 버린 것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유니콘이 되면 100배 리턴이 있고, 해외 유니콘에 가면 10배 리턴을 받는다고 할 때, 한국에서 창업의 리스크가 너무 크고 외국으로 나가는 게 쉬워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에서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고문단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첫 좌담회에서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박선영 동국대 교수(GK인사이츠 이사)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해외인재 유치 필요, 이민청 만들어야…집토끼 키워야


-박 교수 : 그렇다면 인재 유출이 단순히 금전적 보상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기업 환경이나 규제 문제라고 보시는 건가.

▶박 고문 : 파격적인 대우라는 것도 누구 기준에서 파격적인 건지 봐야 한다. 일론 머스크 경우(1조달러 보상안)를 보면 저런 대우가 정상이냐는 생각도 드는데, 그걸 혁신의 에너지로 쓸 수 있게 하면 긍정적인 것이다.

천재를 아껴야 한다. 천재는 돈만 요구하지 않는다. 한 SF영화 '엘리시움'를 보면 신체재생기술을 가진 공동체가 나오는데 거기에는 사람이 모인다. 아무리 다쳐도 낫고 영생하니까 그렇다. 영화에서 신체재생 기술을 가진 사람이 지구에서 도망쳐 궤도선에 머무는데 이유는 그런 기술을 가지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누가 그런 기술을 가졌다면 누군가는 잡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파격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보호해야 한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시스템을 기존과는 다른 곳에 세울 수밖에 없다.

▶신 고문 : 역사를 봐도 제국에는 인재가 들어온다. 인재가 이동하는 경로가 제국의 흥망을 나타낸다. 미국이 놀라울 정도로 수학이 약한데 미국이 받아들인 아시안들이 수학을 엄청 잘한다. AI를 만든 것도 캐나다로 이민간 러시아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 가서 만든 것이지 않나. 기업도 나라도 인재가 유입이 되야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김창현
박정호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김창현
-박 교수 :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

▶박 고문 : 호주에는 이민국이 있다. 우수한 인재에게 이민국에서 세일즈를 한다. '우리나라 와서 살면 뭐가 좋다' 홍보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우리나라 인재들이 물론 우수하지만 인재를 더 유치하는 '이민청'을 만들어서 전략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K컬쳐 인기가 많아서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유럽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미국과 다르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있는데, 그와는 다른 개념의 고급 인재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

▶황 고문 : 인재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있는 인재를 어떻게 잘 활용할건지 고민해야 한다. 나간 인재(산토끼)를 잡으려 고민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집토끼를 잘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민간이 이에 투자하기는 너무 수익률이 낮다.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 직업 교육을 해야 한다. 나라가 예산을 만들어서 교육에 반영을 해줘야 한다. 지방대학가보면 허우적거린다. 죽겠다고 한다. 지원해줘야 한다. 이민은 가족으로 받아야 한다. 가족 단위로 안 받으면 월급받아서 다 해외로 보낸다. 가족을 받으면 수요가 여기서 유지된다.

-박 교수 : 전 고문께서는 인터넷 시대를 열었던 초기 창업자로서 '디지털 전환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의 AI 시대 변화를 예측한다면?

▶전 고문 :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기다. 새로운 논리(logic)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모태신앙을 갖고 커온 사람들이다. 경쟁을 해야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높은 위치에 가야한다고 알았다. 지금은 그것이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제가 보기에는 못갈것같다. 못가면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단순히 자본주의를 멈추고 새로운 것을 해야하나. 우리는 '살림'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살림은 다른 사람을 살리는게 우리를 살리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비즈니스 모델로 '트로피 자산(Trophy Asset)'으로 유닛이 실천한 탄소 감축량을 디지털로 정량화하고 , 여기에 '아프리카 마을을 문명화했다'는 등의 서사(네러티브)를 입혀, 부유층이 슈퍼카 대신 '마을을 살렸다'는 명예(영예용 아셋)를 소비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 모델이 AI의 발전 방향 또한 '돈벌이'가 아닌 '살림'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 유닛 모델이 국내 지역 소멸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으며, 유닛의 자급자족으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을 AI 데이터센터가 활용할 수도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에 무기 대신 이 '살림 유닛' 패키지를 제공하는 전략적 활용도 가능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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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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