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현금 더 안 써"…10년 전 계좌도 없던 이 나라, 휴대폰 들었다

구르가온(인도)=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5.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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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인디아드림을 열다]
④정부 디지털 인프라 구축, 핀테크 성장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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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의 한 매장에 설치된 페이티엠(PayTM) 디지털 결제 시스템/사진=블룸버그
인도 뭄바이의 한 매장에 설치된 페이티엠(PayTM) 디지털 결제 시스템/사진=블룸버그
"인도 와서 한 달 동안 화폐를 쓸 일이 없었어요.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과 노점상에서도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권오승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델리 부관장은 "인도는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통해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오히려 한국보다 디지털 결제가 더 활성화돼 있다" 이같이 말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은행 계좌 보유율이 35%에 불과했던 인도가 이제는 핀테크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인베스트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핀테크 시장규모는 2023년 약 1380억달러로, 2019년 이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정부 주도 '디지털 대전환'...핀테크 산업 급성장


디지털 인디아로 변화한 인도 사회/그래픽=이지혜
디지털 인디아로 변화한 인도 사회/그래픽=이지혜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모디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이 있다. '잔 단 요자나(Jan Dhan Yojana)'로 불리는 전국민 계좌 만들기 운동을 통해, 인도 성인의 은행 계좌 보유율은 2011년 35%에서 2021년 80%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생체인증 기반의 신원확인 시스템인 '아다르(Aadhar)'와 실시간 통합결제 시스템(UPI) 도입도 디지털 금융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신원 인증, 송금 및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했다. 2023년 UPI 기반 연간 거래액은 2조2000억달러로, 인도 GDP의 61%에 달한다.

인도 소액대출 서비스 '트루밸런스'를 운영하는 한국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의 아누팜 바스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도는 2016년부터 아다르, UPI 등을 기반으로 '인디아 스택(India Stack)'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며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핀테크 산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보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3년 기준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0% 정도로 2016년(23%)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재경 뉴델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소장은 "인도는 PC 시대를 건너 뛴 모바일 중심 사회"라며 "모바일 친화적인 환경이 핀테크 성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옥시조 관계자도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로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1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인도 젋은 세대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금융서비스에 쉽게 접근하면서 밸런스히어로나 옥시조 같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인도 핀테크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인도 핀테크 기업들은 올해 1분기 3억66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유치하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 벤처투자 시장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린 산업도 핀테크로 2032년까지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잡한 은행 왜 가?"…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 성장


핀테크 서비스는 특히 금융 소외계층에게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인도 과일 배달 상점을 운영하는 랄리타 고얄(51)씨는 "인도 은행은 주택이나 자동차 구매 등 규모 있는 대출만 취급하고 각종 서류나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며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몇분이면 핸드폰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은행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 같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마이크로파이낸스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을 통해 신용도 평가 및 연체율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인도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옥시조 관계자는 "인도 가계부채 비율은 42%로, 중국(60%), 미국(80%)보다 낮지만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더 많은 인구가 전통 금융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로, 마이크로파이낸스 기업에게는 성장의 기회"라고 말했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한몫하고 있다. 히테시 사치테브 ICICI은행 이사는 "인도중앙은행(RBI)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명확한 법제화로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고, 혁신 아이디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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