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동물실험 폐지'에 뜨는 '오가노이드·AI'…차세대 독성평가 모델로 부상

정기종 기자 기사 입력 2025.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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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지한 유럽 이어 美 FDA도 '단계적 폐지' 선언…약물 평가 위한 대안 모델 각축전
인체 유사성 높은 '오가노이드'·예측 및 분석 강점 보유한 'AI' 유력 주자 낙점
9일 '바이오코리아 2025'서 글로벌 트렌드 공유의 장 마련…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 관심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의약품 개발을 목적으로 한 동물실험 사업이 축소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이 동물실험 금지를 추진하고 있고 글로벌 규제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와 인공지능(AI) 등 기존 동물실험을 대체할 영역의 주요 기업들의 주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 중인 '바이오코리아 2025-혁신 바이오 기술' 세션에선 '동물대체시험, 미래 바이오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의 선택과 과제'라는 주제로 다양한 차세대 동물대체실험법을 공유하는 장이 마련했다.

의약품 동물실험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의약품 임상 전 약물 독성평가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하기 전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윤리적 목적이지만, 이를 위해 해마다 5억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되는 탓에 또 다른 사회적 과제로 남아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 FDA의 기조 변화에 동물실험은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앞서 신약 승인을 위해 동물실험 데이터를 필수 전제로 달았던 FDA는 2022년 동물실험 외 데이터 제시도 인정하기로 완화했다. 여기에 지난달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하며 대체실험법 시장의 본격 개화를 알린 상태다.

이날 행사에 나선 연사들 역시 각 사 사업의 동물실험 대체 가능성과 경쟁력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받은 분야는 오가노이드와 AI였다. 지난달 FDA가 동물실험 주요 대체재로 두 분야를 명확히 지목한 것이 배경이다.

김덕호 존스홉킨스의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글로벌 바이오벤처 큐리바이오는 오가노이드를 배양해 자체 3차원(3D) 플레이트를 활용한 전임상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심장과 골격근, 신경근 질환에 대한 세포 모델 제품군을 개발해 AI 머신러닝과 결합시켜 분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FDA 후원을 받아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인간 신경근 접합부 시험관 시험(in vitro)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니콜라스 가이세 큐리바이오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기술이 아직 동물연구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겠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해결책 제시는 가능하다"라며 "실제로 고객사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 뒤센근이영양증(DMD) 치료제의 경우 선행 연구를 위해 250마리의 쥐가 필요했지만 회사 서비스를 통해 50마리로 줄였고, 9개월이 걸리던 기간을 20여일로 단축해 기간·비용을 대거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하다 독성 문제로 임상이 중단됐던 약물들에 대한 자체 실험에서도 3D 세포를 활용해 어떤 용량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한 만큼, 회사 플랫폼을 활용하면 안전한 용량 선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시니어매니저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2025'의 '동물대체시험, 미래 바이오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의 선택과 과제' 세션에 참가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이보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시니어매니저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2025'의 '동물대체시험, 미래 바이오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의 선택과 과제' 세션에 참가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이날 코스닥 상장한 국내 바이오벤처 오가노이드사이언스 (32,000원 ▲11,000 +52.38%)는 높은 범용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이 회사는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재생치료제와 신소재평가 솔루션을 양대 사업축으로 삼는 기업이다.

바이러스와 세균 등에 의한 질환은 약물로 원인을 제거해도 타격을 입은 부분이 회복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기존 재생치료제가 염증 억제나 제거에만 초점을 맞춘 탓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난치성 장궤양 재생치료제 '아톰-씨'는 손상 조직의 직접 재생을 주요 기전을 채택해 국내 최초로 임상에 진입한 상태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각각 2명씩 총 4명에 환자에 투여를 완료한 상태로, 이달 1차적 결과 도출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사업축인 신소재평가 솔루션 '오디세이'는 데이터 유효성을 확보하고도 정작 인체와 다른 특성에 독성 문제 등이 발생하는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핵심 서비스다. 종양부터 장, 감염병, 피부, 뇌, 간, 신장, 침샘 등의 오가노이드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특히 2022년 플랫폼을 오픈한 종양 분야는 이미 해외사들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실제 췌장암 환자와의 비교 임상 결과에서 80% 이상의 일치도를 확인했다. 보다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심장 등도 내부 구축을 마무리한 뒤 연말 서비스 오픈을 대기하고 있다.

이보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시니어매니저(부장)는 "효력 평가의 경우 이미 임상시험계획신청서(IND)를 통과시킨 경험이 있어 5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며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는 독성 평가 역시 5~10년 내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화장품 실험에 널리 사용되는 기존 인공피부의 모낭 구현력을 뛰어넘은 피부 오가노이드를 확보해 코스맥스 등 대형사과 탈모방지제 및 모발촉진제 등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소와 돼지, 강아지, 고양이 등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평가 역시 진행 중으로 급성장 중인 동물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기자 사진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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