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활개치는 K-규제, 혁신 막고 관세 빌미까지

황국상 기자 기사 입력 2025.04.2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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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 규제에 갇힌 K-AI] ①

[편집자주] IT 강국이었던 대한민국이 AI 주변국으로 밀려났다. IT 강국을 이끌던 플랫폼 기업들은 하나둘 글로벌 빅테크에 안방 자리를 내준다. 위기다. 지금은 규제보다 산업 진흥에 나서야 할 때다. AI 성숙도 2군 국가에서 강국으로 다시 올라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짚어본다.
주요국의 민간 AI 투자규모/그래픽=최헌정
주요국의 민간 AI 투자규모/그래픽=최헌정

"용납할 수 없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2월 6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이 미국 기술기업들을 겨냥한 특별 요구나 과세 조치를 추진하려고 기회를 활용한다"는 마이클 크레이포 상원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플랫폼경쟁촉진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으로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업체뿐 아니라 네이버(NAVER (199,200원 ▲2,700 +1.37%))와 카카오 (38,050원 ▼400 -1.04%) 등 국내 플랫폼 업체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 독과점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책을 AI(인공지능) 기업들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려는 당국의 행보가 국내 업체의 혁신을 저해하는 것을 넘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통상 및 관세 교섭 과정에서 트집거리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IT 강국'으로 세계를 선도했던 대한민국이 AI 시대에서는 기술·특허 규모는 물론 인재 유입이나 투자 등 각종 지표에서 약소국을 벗어나지 못한 배경으로 제조업 시대의 낡은 규제와 노동환경이 한몫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준공한 미국 생산 거점인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는 용접과 조립, 도장, 품질검사, 이송까지 로봇이 담당한다. 연간 자동차 10만대를 생산하는데 노동자는 880명에 불과하다. 울산공장과 비교하면 생산량당 필요 인력이 3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생산한 로봇을 공장에 대거 투입했다.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기아자동차는 2018년 노후한 경기 광명시 소하리 공장을 250억원을 들여 자동화하려 했지만 노조가 반대해 계획을 접었다. AI와 로봇을 대거 생산 현장에 적용해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개시된 점은 뼈아프다. 제조업 현장에 최적화된 52시간 근로제를 AI 등 혁신기술 산업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려고만 할 뿐 정작 AI 확산 후 변화할 노사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밑그림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AI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도 필수적이다. 차세대 AI 모델 개발에는 약 1억 달러(1390억원)∼1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미래에는 1000억 달러(약 139조 원)를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AI 플랫폼 개발에 요구되는 비용도 막대하다.

AI 시장에서는 데이터와 인재 확보, 시장 점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국내 AI 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관련 기업 간의 상호협력과 대대적인 투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 기자 사진 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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