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으로 젊은 연구자 타격"…'네이처'에 실려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4.02.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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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에 기고... 물리 등 기초과학 저력 상실 우려
정부, '대학원생 월급' 도입 약속했지만 과학계는 "글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R&D 예산 삭감, 한국 신진연구자에 큰 타격'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고문. /사진='네이처' 갈무리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R&D 예산 삭감, 한국 신진연구자에 큰 타격'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고문. /사진='네이처' 갈무리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한국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대폭 삭감이 과학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며 "젊은 과학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국내 연구자들의 기고문을 20일(현지시간) 실었다.

'R&D 예산 삭감, 한국 신진연구자에 큰 타격'이라는 제목으로 '네이처'에 실린 기고문은 김봉재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고아라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가 작성했다. 네이처는 자연과학을 다루는 국제 학술지로, 가장 권위있는 학술적 지표로 꼽힌다.

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R&D 지출을 GDP(국내총생산)의 5%로 밝힌 지 불과 몇 달 만에 R&D 예산안 감축안이 발표됐다"며 "정부가 우선순위를 바꾸면서 한국의 재정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 하에 R&D 예산안 삭감이 촉발된 것"이라고 R&D 예산안 삭감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15% 삭감했다.

그러면서 "R&D 투자가 국가가 당면한 연구 성과 뿐만 아니라 과학, 공학, 수학 및 기술 분야의 미래 세대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국내 대학들이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로 생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R&D 예산 축소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국내 18세 이상 청소년 수는 2011년 70만 6000명에서 2023년 44만 3000명으로 약 30만 명 줄었다. 이들은 "총 입학 정원보다 학생 수가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초과학연구 학과들이 '미래전략기술'로 꼽히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연구 등으로 전환되면서 "2013년 전국 188개 대학에 54개 있던 물리학과가 2022년 45개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더 많은 기초과학 학과가 폐지되거나 기초연구에서 멀어질 것이며 이같은 추세라면 기초연구 분야의 교수 자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예산이 올해 22.5% 감축되면서 신진연구자와 학생연구원을 위한 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주요 출연연의 예산이 약 1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이공계 대학원생의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젊은 과학자를 위한 연구 지원금을 늘린다며 정책을 내놨지만 진행중인 연구 프로젝트 비용은 10% 삭감했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6일 이공계 대학원생에 매달 일정한 금액을 월급처럼 지급하는 '연구생활장학금(스타이펜드)' 지원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석사 과정생은 매달 최소 80만원, 박사과정생은 매달 11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원을 위한 전체 예산 규모나 예산 확보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저자들은 "한국은 역대 최저 출생률을 기록중이며 과학 분야에서의 성과도 미진한 상황"이라면서 "본격적인 쇠퇴가 시작되기 전에 젊은 연구자에게 미래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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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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