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앤톡도 어느덧 설립 9년 차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생존과 성장의 열쇠는 기술과 고객에게 있다는 판단에, 내부적으로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였고, 대외적으로는 판로개척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모델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핀테크 벤처기업으로서 살아남고 도약하기 위해 핵심에 집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기업의 가장 본질일 수도 있는 조직 자체에 대한 고민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여타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앤톡 또한 사업 초창기에는 창업 멤버들이 주축인 소규모 조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별도의 운영 방안을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충분히 대화할 수 있었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상호 이해가 있었다. 조직 관리 방안은 충분한 성장을 이룬 후에 생각해도 무방한 미래의 일로 간주하며 미루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사업 전선은 점차 확대되고 기술력은 날로 고도화되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조직력이 부족하여 임직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 확립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체감하여, 올해 1월부터 OKR (Objective Key Results, 목표 및 핵심 결과) 방법론을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OKR 방법론은 1975년 인텔의 최고경영자 앤디 그로브가 조직관리를 위해 정립한 개념이며, 이후 구글에서도 도입하여 성장의 기폭제로 활용하였다. 현재는 대중화되어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OKR 기반으로 조직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OKR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기업의 전사 목표가 수립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별 부서 혹은 팀 단위 목표가 세워지고, 다시 팀이 세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팀원별 개인 목표가 설정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회사의 목표와 모든 구성원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해 도출해야 하는 핵심 결과 지표를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형태로 설계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보다 구체적인 방식으로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한다.
앤톡은 OKR 사상을 반영하여 전사, 팀, 그리고 담당자별 목표를 새롭게 수립하고 있고, 작년 말부터 구성원 전부와 긴 논의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게 깨달은 점은 회사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서 각자의 이해와 해석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가정했던 부분에서조차 구성원별 편차와 오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지향점으로 조직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증거이며, 이제라도 조직 목표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사실 벤처·스타트업이 내부 조직 관리 체계를 구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초반에는 구성원의 변화가 잦아 체계를 정착시키기 힘들고, 그 이후에는 투자 유치 혹은 판로 개척에 용이한 가시적 성과 창출에 온 에너지를 쏟기 마련이다. 반면에 조직 체계는 내부에서 조용히 긴 호흡으로 다듬어 나가야 하는 과제이며 단기적인 효용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간과 자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 입장에선 나름 상당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OKR 도입 이후 회사가 무려 10배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한다. 꼭 OKR 방법론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필자가 자문을 구한 선배 벤처 창업가들 또한 자체적인 조직 목표 관리 프로세스를 개발하여 실행에 옮긴 후 3~4배의 성장을 경험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보유 기술도 중요하고 사업 모델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조직 구성원들이다. 조직 및 목표 관리 전략 또한 혁신기업이 성장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핵심 요건으로 보다 강조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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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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