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로만 30% 수익보장"…고소득자 노린 불법 개인투자조합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11.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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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A씨는 최근 업무 관련 학회에 방문했다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학회 한 쪽에 투자회사들이 부스를 설치하고 개인투자조합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이들은 소득 1억원인 A씨가 3000만원을 출자하면 소득공제 혜택으로 약 1000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결성된 조합은 우리가 직접 설립한 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모험적인 사업을 하지 않으니 부도날 확률이 없는 원금보장형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7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소득 전문직이 모이는 행사나 학회 등에서 개인투자조합 출자자(조합원)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불법 투자권유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자메시지,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조합 출자를 권유하는 불법 모집 사례도 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에 해당하는 개인투자조합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출자자를 모집하는 행위가 불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결성된 개인투자조합이 제대로 된 벤처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조합 측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조합의 자금을 유치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하고 벤처확인까지…출자자 모집에 악용


한 투자회사 B사는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자사가 설립한 벤처기업 C사에 투자한다는 것을 대놓고 홍보하기도 했다. B사는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49인 이하로 개인투자조합이 결성되면 C사에 투자할 것이고, C사는 투자금으로 모회사 B사의 투자상품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C사를 편법으로 설립했다는 점을 대놓고 강조하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회사의 경우 우량 벤처기업 D사에 투자할 조합원을 모집한다며 D사의 벤처확인번호까지 기재한 홍보메시지를 배포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D사와 투자회사의 대표는 동일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투자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하는 D사가 투자원금 20%의 손실을 낸다 해도 소득공제 받은 금액을 감안하면 18%는 수익이 난다"고 홍보했다.

한 전문엔젤투자자는 "조합 출자자들에게 자신들이 도전적 사업을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페이퍼컴퍼니에 흘러간 자금이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없다"며 "최근에는 조합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일부 금액을 선투자해 벤처투자유형으로 벤처확인을 받아 조합원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온 투자금을 일부 빼돌린 뒤 기업이 손실을 냈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조합 2년새 1915개 신설…관리감독 인력은 3명 불과"


세제 혜택을 악용하는 개인투자조합이 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조합이 사모펀드 성격을 띠고 있어 정부가 일일이 들여다보기 어려운데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서다.

중기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개인투자조합 GP(업무집행조합원) 54개(조합 기준 500여개)를 임의로 정기검사해 28개 GP에서 문제를 적발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결산서 미제출, 정기보고 누락 등 행정절차 위반 등으로, 공모행위나 허위·편법 투자 등의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업계는 관리·감독 대상이 현재 활동하는 개인투자조합의 15%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엔젤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기준 존속 중인 개인투자조합은 3425개다. 2021년과 2022년 2년 사이에만 1915개 개인투자조합이 신규 결성됐다. 반면 중기부의 개인투자조합 관리감독 인원은 3명으로, 개인투자조합 3000여개와 이들이 투자한 회사를 전부 들여다보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 엔젤투자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악용하는 불법 개인투자조합이 늘어나면 정상적인 투자를 하려는 개인투자조합도 위축될 수 있다"며 "만약 이들이 작정하고 '먹튀' 사기를 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구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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