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된 장난감 회사가 어른 팬들을 활용하는 방법[티타임즈]

이재원 기자, 류지인 디자인기자 기사 입력 2023.11.0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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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장난감 회사 레고(LEGO)는 1932년 덴마크의 한 목공소에서 시작했다. 자투리 목재로 만든 오리 모양 장난감, 요요, 나무 블록으로 시작했고, 1958년 플라스틱 사출기를 활용한 지금의 레고 블록을 개발하며 전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가 됐다.

그렇게 시작한 지 90년이 넘은 레고는 아직도 아직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회사이다. PC와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레고 말고도 놀거리가 풍부한 시대에도 레고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가족들이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던 2020년, 2021년, 2022년의 매출 상승 폭은 각각 27%(2020년→2021년), 17%(2021년→2022년)에 달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3년의 매출 상승 폭은 대폭 줄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대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마텔, 하스브로, 펀코와 같은 경쟁사의 매출이 10%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레고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레고가 디지털의 시대에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이유에는 바로 '어른 팬'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외신에서는 "15년 넘게 이어온 레고의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장난감 회사의 핵심 고객은 10세 이전의 영유아들이다. 성장 후에는 이들은 장난감 회사의 품을 떠난다. 하지만 레고는 다르다. 10대 후반, 20대가 되면 레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던 이들도 경제력을 갖춘 30대가 되면 다시 레고 팬으로 돌아온다. 취미생활로 레고를 가지고 노는 셈이다.

이렇게 모인 성인 팬들을 레고에서는 AFOL, 즉 Adult Fan Of Lego라고 부른다. 전 세계 AFOL의 규모만 100만명, 이들이 모여 활동하는 팬 커뮤니티만 340곳이 넘는다. AFOL이 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아이들에게 레고를 사주는 부모가 아니라, 진지하게 레고를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다.

레고는 이런 팬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까?



내 팬은 내 팬, 네 팬도 내 팬


먼저 외부의 다양한 콘텐츠 IP(지적재산권)와 손을 잡아 다양한 관련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1999년 첫선을 보인 스타워즈 시리즈, 2001년 내놓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오래된 레고 팬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해당 시리즈의 팬들이 레고 팬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얻는다.

이후 배트맨, 어벤져스,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영화 시리즈는 물론이고 인기 미국 드라마 '프렌즈' 등을 아기자기한 레고 상품으로 제작해 내놨다.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팬들이 이를 소장하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 경쟁을 벌이거나 리셀하면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일까지 생긴다.

레고가 이런 식으로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장 가치가 있는 레고 작품으로 구현하면서 다른 콘텐츠의 팬들이 레고에 '우리 것도 레고로 내달라' 요구하는 일까지 생긴다.

대표적인 게 2023년 2월 레고가 출시한 BTS '다이너마이트' 무대 세트 제품이다. BTS의 대표곡 중 하나인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 속 무대 배경을 그대로 레고로 구현하고, BTS 멤버들 역시 레고 특유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구현했다. 레고가 일종의 '굿즈 플랫폼'이 된 셈이다. 콘텐츠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도, 레고도, 팬도 모두 만족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아이디어 잘 내면 팬들도 수익이 난다


또 레고는 팬들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인기를 끌고, 또 팬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팬들이 레고 신제품을 제안하는 플랫폼 '레고 아이디어스'이다.

레고 아이디어스는 레고 팬들이 직접 다양한 레고 완성품을 디자인해서 올리면, 이를 다른 팬들이 평가하는 방식이다. 레고는 플랫폼에서 1만회 이상의 추천을 받은 아이디어를 심사해 1년에 4개씩 정식으로 출시한다. 아이디어가 채택된 팬에게는 전체 매출의 1%를 나눠준다. 더 많은 팬이 아이디어를 올리는 유인이 된다.

덕분에 2010년 이후 매년 팬들이 설계한 다양한 레고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지구본, 타자기,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한 작품들이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레고는 강력한 팬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매출을 올리고, 팬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또 이런 선순환 구조를 위해 디지털 툴을 개발해 고객들이 더 쉽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레고의 팬 커뮤니티 전략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티타임즈TV'에 오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자 사진 이재원 기자
  • 기자 사진 류지인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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