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하며 2000개 납품 협상 한 번에…월마트 신입의 정체 [티타임즈]

배소진 기자, 이대경 티타임즈 디자인기자 기사 입력 2023.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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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사내 생성 AI 도입으로 직원 생산성 높이고 조직 운영 최적화

챗GPT의 인기가 뜨겁던 2023년 3월, 월마트는 내부 공지를 통해 챗GPT 등 생성 AI 도구 사용을 제한하는 경고를 보냈다. 직원과 고객들에 대한 개인정보와 회사의 민감한 정보를 프롬프트에 입력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이 생성 AI 기술과 거리를 두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의 경우 오히려 훨씬 이전부터 생성 AI를 내부 업무 효율화에 활용하고 있었다. 생성 AI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우리 사업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월마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월마트 조달팀 신입 '팩텀 챗봇'


월마트는 2020년부터 AI 기반 기업 거래 자동화 플랫폼 기업 '팩텀'(Pactum)과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팩텀의 AI 챗봇은 월마트와 납품업체 사이 조정자 역할을 해준다. 월마트가 플랫폼에 원하는 제품과 사용할 수 있는 예산 범위, 협상의 달성 목표 등을 입력해두면 조달 담당 직원 대신 챗봇이 납품업체 담당자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과거 거래 명세를 바탕으로 납품업체의 조건, 가격을 파악한 다음 챗GPT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거래한다.

만일 납품업체가 특정 품목에 대해 값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면 과거의 거래 추이, 이 납품업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업체가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 가격을 올려줬을 때 전체 소매가에 미칠 영향, 그리고 해당 품목의 원재료 가격 변동까지 비교·분석해서 월마트가 줄 수 있는 최고가에 서서히 접근한다. 납품업체가 마진을 양보하면 더 긴 계약 기간을 제안하는 등 사람 못지않은 유연한 협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챗봇과의 협상 결과는 어땠을까. 월마트에 따르면 납품업체의 75%가 사람보다 챗봇과의 협상에 더 만족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다양한 조건을 서로 제시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 역시 몇 주에서 몇 달까지도 걸리던 협상 시간을 며칠로 단축했고, 성사된 68%의 거래에서 평균 3%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인간 직원은 불가능한, 2000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한 챗봇의 힘이었다.



내부 효율성 높이는 생성 AI 활용


월마트가 챗GPT를 제한하는 대신 선택한 것은 2023년 6월 자체 생성 AI 도구로 출시한 'Gen AI Playground'이다. 말 그대로 직원들이 생성 AI를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도구로, 대화는 물론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음악 등의 콘텐츠를 모두 만들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생성 AI 모델을 모아놓았다. 직원들의 AI 활용 능력을 끌어올리면서도 외부 생성 AI 모델에 내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 통제된 환경을 만든 것이다.

직원들은 프롬프트를 입력해보면서 같은 내용을 입력해도 각각의 모델이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지 탐색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월마트는 이 도구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분야에 대해 현실적인 프롬프트 입력 능력을 기르고, 다양한 활용법을 습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어 8월에는 5만 명 본사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생성 AI 도구인 '마이 어시스턴트'를 출시했다. 데스크톱이나 모바일 앱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 도구는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거나 자료를 요약하기, 콘텐츠 생성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월마트의 데이터를 연동해 월마트에 특화된 전용 생성 AI라고 보면 된다.



'유통을 말하는'인공지능을 준비하는 월마트


월마트 CEO 더그 맥밀란은 최근 실적발표 때 생성 AI를 활용할 기회 영역으로 고객을 위한 개인화와 조직 운영, 공급망 최적화를 예로 들었다. 고객 개인화의 경우, 2022년 12월 출시한 '텍스트 투 숍'(Text to Shop)으로 어떻게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텍스트 투 숍은 사용자가 AI 챗봇과 대화 형식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결제와 배송 시간까지 맞출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의 과거 주문 이력을 바탕으로 자주 샀던 품목을 쉽게 재주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문자로 '종이 타월 3개'라고 보내면 자주 사던 브랜드의 상품을 장바구니에 알아서 담아주고, 장바구니를 확인할 수 있다. 매장으로 픽업을 가거나 배달받을 시간을 예약할 수 있고, 결제해달라고 하면 저장된 주소와 결제 정보로 알아서 주문을 완료해준다. 늘 사던 품목을 루틴하게 구매하는 경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 월마트는 생성 AI가 떠오르기 전부터 자연어 이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고객이 직접 사이트에서 손품을 팔지 않고 문자나 음성으로 주문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Great Value 아몬드 밀크'라고 주문했다면, 할인 중인 아몬드와 우유가 아니라 월마트 PB 브랜드의 아몬드 밀크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월마트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칠레 등 진출한 수많은 국가에서 판매되는 수억 개의 제품 정보와 고객의 검색어, 소매 시장에서 나타나는 각종 대화 상황을 대규모 언어모델에 학습시키고 있다. 전 세계 2억 4000만 명에 달하는 월마트 고객의 구매 이력과 600만 개 이상의 상품 정보 등 엄청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월마트만의 방식으로 길들인 자체 생성 AI를 갖겠다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사진=티타임즈
/사진=티타임즈

월마트의 생성 AI 도입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티타임즈TV'에 오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자 사진 배소진 기자
  • 기자 사진 이대경 티타임즈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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