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없애도 '도둑시청' 여전…불법 사이트, 안 막나? 못 막나?

김승한 기자 기사 입력 2023.09.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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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콘텐츠 도둑들 ②]방심위 인력 부족...심의도 '상시' 확대해야

[편집자주]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 글로벌 시장을 휩쓰는 K-콘텐츠의 이면에는 이를 무단도용해 막대한 수익을 취하려는 불법유통업자들이 있다. 단속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메뚜기식 영업을 하는 이들 때문에 창작자는 정당한 수익을 빼앗기고, 콘텐츠산업 생태계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불법 유통을 근절해 건강한 창작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후후티비 메인화면. /사진=후후티비 사이트 캡처
후후티비 메인화면. /사진=후후티비 사이트 캡처
정부가 '누누티비' 사태 이후 강력 대응을 예고하며 불법 사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지금도 '후후티비' 등 유사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이어 웹툰, 웹소설까지 불법 사이트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모니터링할 인력과 심의 횟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주 2회 통신심의소위원회를 개최하고 불법 사이트 차단 건을 상정해 조처한다. 하지만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가 소요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 7월 발표에서 불법 사이트 접속차단 심의를 '상시'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전자심의'가 도입되지 않아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전자심의가 도입되면 서면 의결이 가능해 불법사이트 차단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방심위의 심의 횟수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담당 인력이 모자라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현재 방심위 저작권 침해 불법사이트 모니터링 및 접속차단 인력은 기능직(계약직)을 포함해 4명 안팎에 불과하다. URL(인터넷주소)을 수시로 바꾸면서 운영하는 새로운 불법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4월 누누티비가 종료된 후 유사 사이트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엔 누누티비 운영 방식을 그대로 베낀 '후후티비' '티비몬'이라는 이름의 변종 스트리밍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OTT뿐 아니라 '마루마루'라는 불법 만화·소설 공유 사이트도 성행하고 있다. OTT로 시작된 불법 사이트가 이제는 불법 웹툰, 웹소설로 번지는 양상이다.

사실상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것도 불법사이트 '무한증식'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버 자체를 압수할 수 없어 현재로선 방심위 심의를 통한 사이트 차단 조치밖에 방도가 없다. 운영자를 검거하거나 처벌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해외에 서버를 두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최근 생겨나는 모방 사이트들도 이 운영 방식을 따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강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12일 통신사들과 협업해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저작권침해 의심 사이트를 자동으로 검색·대응하는 자동 탐지·채증(증거수집)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AI를 통해 OTT 원본과 불법사이트 콘텐츠를 대조해 불법콘텐츠를 선별하고, AI가 영상 섬네일 등 스크린샷으로 증거를 채집해 통신사에 전달하는 식이다.

OTT 콘텐츠의 경우 통신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차단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불법 사이트가 웹툰이나 웹소설까지 확대되면서 민간기업 부담이 과도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 모니터링 기관의 단속 역량을 강화하거나 구두 심의만으로 즉시 단속할 수 있는 법령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불법사이트를 모니터링·차단하는 소관부처는 사실상 방심위가 유일한데,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며 "단속 인력을 늘리고, 구두 심의로 즉시 조처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기자 사진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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