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메타의 XR 전쟁, 메타를 얕잡아 보지마라[티타임즈]

이재원 기자 기사 입력 2023.07.0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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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기술은 메타도 가지고 있다. 다만 안 쓸 뿐"


메타는 애플을 이길 기술이 있는데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애플을 이길 기술이 없는 것일까?

애플의 첫 XR(확장현실)기기 '애플 비전 프로'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XR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애플이 늘 완성도 높은 디바이스와 호환성 높은 소프트웨어로 새로이 진입하는 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유행으로 반짝했다 침체기에 빠져든 XR 디바이스 시장을 되살릴 구원투수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진입하는 이 시장이 무주공산은 아니다. 이미 전 세계를 상대로 2000만대가 넘는 VR 기기 판매고를 올린 회사가 버티고 있다. 바로 메타이다. 메타는 2020년 출시한 VR 디바이스 '메타 퀘스트2'를 2021년 11월까지 1000만대, 올해 2월까지 2000만대를 판매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빠르게 팔린 VR 기기 회사가 됐다. 덕분에 올해 1분기 기준 XR 디바이스 시장 점유율 80%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XR 시장 진출은 메타와의 정면 대결을 의미한다.

그럼 메타는 애플의 비전 프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비전 프로 출시 직후 내부 회의에서 "메타가 풀지 못한 물리 법칙의 제약에 대한 마법같은 해결책은 없었다"며 "더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오히려 (메타 제품의) 7배가 넘는 가격이 책정됐다"고 비판했다.

애플이 비전 프로에 탑재한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들에 대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얘기한 셈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비전 프로에 탑재된 기술들 대부분은 메타의 최신형 VR 기기인 '메타 퀘스트3'에서도 지원한다. 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핸드트래킹' 기술과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로 주위 사물을 확인할 수 있는 '패스 스루' 기능이 대표적이다.

애플이 헤드셋 사용 중 주위와의 단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아이사이트' 기능도 메타가 몇 년 전 기술 시연 행사에서 공개한 기술 중 하나이다. 쉽게 말해 헤드셋의 외부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착용자의 눈 사진을 출력해주는 형태인데, 외부 디스플레이가 탑재돼야 하는 만큼 헤드셋 단가가 오를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는 하드웨어 기술 적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고,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메타의 주력 제품인 메타 퀘스트3의 가격은 499달러(약 66만원), 퀘스트2의 가격은 299달러(약 40만원)이다. 3499달러(약 463만원)에 달하는 애플의 비전 프로와는 가격 차이가 크다.

하드웨어의 차이는 주력 콘텐트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애플은 비전 프로 발표 행사에서 사용자 주변의 공간 전체를 컴퓨팅 환경으로 활용한다는 '스페이셜 컴퓨팅'(Spatial Computing·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꺼내들었다. 고급 디바이스를 통해 구현된 가상환경 안에서 업무, 영화관람, 게임, 의사소통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메타 역시 퀘스트 시리즈의 모태가 된 VR 디바이스의 이름이자 동명의 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하던 시절부터 XR이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한계로 메타의 현재 주력 콘텐츠는 게임, 피트니스, 영화감상 등이다.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호라이즌 워크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XR 시장을 두고 메타는 저렴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보텀-업 전략을, 애플은 완성도 높지만 고가의 디바이스를 활용한 톱-다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애플과 메타의 XR 경쟁 양상을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티타임즈TV'에 오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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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이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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