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이제야 기술 대신 사람 냄새를 담기 시작했다 [티타임즈]

배소진 기자 기사 입력 2023.10.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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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10년 오프라인 실험 중간 점검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3년 6월까지 무인매장 '아마존고'가 9곳 폐쇄됐고 식료품 부문에서 직원 수백 명이 해고됐다. 미국 곳곳에서 부동산 계약을 해놓고도 출점을 포기한 '아마존 프레시' 매장이 다수다.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옮겨놓았다던 서점 '아마존 북스'와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만 모아놓은 '아마존4스타'는 2022년 이미 모든 매장을 폐쇄하고 철수했다.

식료품 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 사업 부문의 매출은 2018년 172억 2000만 달러에서 2022년 189억 6000만 달러로, 5년간 단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미국 식료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월 기준 3.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식료품과 오프라인 매장이 앞으로의 큰 성장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은 왜 이렇게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것일까?




오프라인 진출의 키워드… 차별화와 식료품


아마존은 2014년 쇼핑몰에 입점하는 팝업 스토어 형태로 오프라인 매장을 처음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출시한 킨들 전자책과 태블릿, 에코 스피커 등 하드웨어 기기를 진열하고 홍보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어 2015년 11월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를 열었다. 2016년 12월에는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의 콘셉트 영상을 발표하고 2018년 1월 대중에 공개했다. 그 사이인 2017년 6월 유기농 식료품점인 '홀푸드마켓'도 인수했다. 그 뒤로도 '아마존 4스타'(2018년 9월), '아마존 프레시(2020년 9월), 미용실인 '아마존 살롱'(2021년 4월), 의류매장 '아마존 스타일'(2022년 1월)까지 무서운 기세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처음부터 오프라인 진출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다. 진출하더라도 최대한 늦게, 다른 오프라인 경쟁자들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때 진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12년 11월 한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매장 개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진정으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는 경우에 진출하고 싶다"고 답했던 것이 그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 그는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할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이미 구상하고 있었다.

2012년 꾸려진 아마존의 비밀 프로젝트팀은 백화점, 할인매장, 전자제품 매장 등 모든 종류의 오프라인 매장을 검토한 뒤 식료품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쟁자를 이기기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미국인들이 1주일에 평균 2번 장을 보는데 이들이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없앨 수 있다면 차별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2018년 공개된 '아마존고'는 바로 이 '계산대 없는 매장'이라는 아이디어가 현실에 구현된 것이다.



차별화에 대한 집착이 패착


하지만 컴퓨터비전과 선반 센서 등을 결합한 아마존고의 기반 기술이 정의되고 개발되는 데에만 5년이 넘게 걸리면서 아마존은 다른 형태의 매장을 먼저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마존고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북스'가 먼저 문을 열고, 식료품점을 준비 중이면서도 2017년 거액을 들여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이유이다.

최신 IT기술을 적용해 만들고자 한 차별화된 매장이 식료품점이었다는 점은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 진출 전략의 패착으로 꼽힌다. 식료품 유통업은 자본 대비 높은 마진을 기대하기 어렵고, 재고를 관리하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대량 매입과 비용 절감 노하우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가 다수 존재한 산업이다.

2020년 좀 더 본격적인 식료품점 '아마존 프레시'를 열었을 때도 결제 없이 바로 지나칠 수 있는 '대시카트'같은 기술을 강조하다가 정작 식료품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신선식품 취급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진열되기도 전에 상품이 상해버리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매장, 계산대가 없는 매장이라는 차별화된 아이디어에 집착한 나머지 실제로 식료품점을 운영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재정비한 아마존의 오프라인 전략은?


하지만 10년 넘는 실험 끝에 아마존도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을 강조하는 대신 다양하고 신선한 품목, 저렴한 가격, 고객 편의성을 바탕으로 식료품 사업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2023년 8월 리모델링한 일리노이주 샴버그의 '아마존 프레시'에 손바닥 결제나 대시카트 외에도 고객들이 직접 바코드를 찍고 담을 수 있는 셀프 계산대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동안 아마존이 가졌던 기술적 차별화의 관점에서 보면 대폭 후퇴한 것이지만 셀프 계산대에 더 익숙한 오프라인 고객의 경험을 고려했다.

또 그동안 아마존 프레시, 홀푸드마켓, 아마존닷컴 등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 배달 장바구니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각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면 각각 결제하고 별도 배송받아야 했는데 앞으로 온라인 주문을 하나로 통합해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계산대 없는 매장'이라는 아이디어는 기술을 솔루션화 해서 라이선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구매해서 나가는 것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은 공항, 스포츠 경기장 내 매장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2023년 9월 무인매장 기술인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에 RFID 태그를 활용하는 방식을 새롭게 선보였다. 카메라나 센서 선반 등 값비싼 기술 장비를 사용하는 대신 RFID 태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경우 의류매장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라이선스 사업 강화가 기대된다.

/사진=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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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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