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이 끌고 택시가 민다..日 우버 슈퍼앱 진화한 비결

도쿄, 센다이=배한님 기자 기사 입력 2023.05.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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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일본에서 모빌리티와 배달업계를 선도하는 1위 사업자다. 우버 진출 전부터 자국 택시 호출 서비스인 'GO택시(전 재팬택시)'와 배달앱 서비스 '데마에칸(Demaekan)'이 있었지만, 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카카오T택시, 배달의민족 등에 밀려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거나 사업을 아예 철수한 한국과 정반대다.

우버 일본은 어떤 전략으로 일본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었을까. 우버 일본 담당자들은 현지 정부나 파트너 기업 등과 끊임없이 대화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수년에 걸쳐 신뢰를 쌓고 수익을 공유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관련해 일본 도쿄에서 △나카가와 신타로 우버이츠 일본 GM(총괄) △야마나카 시로 우버 일본 모빌리티 GM(총괄) △이와무치 마리 우버 일본 라이더 및 모빌리티 성장 총괄 △이지원 우버 일본 브랜드&평판 마케팅 리드를, 센다이(仙台)에서 △앨리 두베 우버 일본 마케팅 총괄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지원 우버 일본 브랜드&평판 마케팅 리드와 이와부치 마리 우버 일본 라이더 및 모빌리티 성장 총괄이 18일 일본 도쿄 우버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이지원 우버 일본 브랜드&평판 마케팅 리드와 이와부치 마리 우버 일본 라이더 및 모빌리티 성장 총괄이 18일 일본 도쿄 우버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일본 시장에서 우버와 우버이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지원 우버 일본 브랜드&평판 마케팅 리드(이하 이지원) = 배달과 모빌리티 서비스가 시너지를 냈다는 점 같다. 우버이츠는 배달앱 시장 태동기부터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우버이츠 앱에서도 차량 호출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더니 자연스럽게 모빌리티 서비스 점유율도 늘었다. 일본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은 이해관계자의 강력한 반발로 우버이츠가 철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우버 일본은 어떻게 서비스 활성화에 성공했는지.

▶이와부치 마리 우버 일본 라이더 및 모빌리티 성장 총괄 = 기본적으로 지역 사회와 함께 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매우 명확하게 전달했다. 이 관계를 쌓는데 약 5년 이상, 아주 오래 걸렸다. 특히 택시회사 간의 갈등이나 업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있어도 한쪽 편을 들지 않았다. 우리가 정치적으로 기울지 않고 비즈니스에 이로운 방향을 항상 선택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지원 = 우버는 전 세계 71개 국가 1만개 이상 도시에서 50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에서 제대로 된 글로벌 사업자는 우버밖에 없다. 기술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 정부나 파트너, 소비자와 더 좋은 관계를 쌓아 더 좋은 인식을 얻을 수 있었다.

나카가와 신타로 우버이츠 일본 GM(총괄)(왼쪽)과 야마나카 시로 우버 일본 모빌리티 GM(총괄)이 17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대만·홍콩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나카가와 신타로 우버이츠 일본 GM(총괄)(왼쪽)과 야마나카 시로 우버 일본 모빌리티 GM(총괄)이 17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대만·홍콩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한국 배달 사업자는 라이더 문제 등으로 이미지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나카가와 신타로 우버이츠 일본 GM(총괄) = 일본에서도 물론 우버이츠 라이더의 노동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긱 이코노미(Geek Economy)의 장점을 강조하며 관련 법을 만들기로 했다. 4년에 걸쳐 정부와 논의했고, 최근 노동자와 프리랜서 사이의 회색지대인 '자유지대 법(free lands act)'이 통과됐다. 배달기사들도 사업자의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닌 진짜 긱 이코노미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배달 기사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코로나19 기간 배달음식을 문 앞에 놓고 가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사들이 배달 음식 봉투 아래 종이를 하나씩 깔기 시작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많은 배달기사들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맨바닥에 누군가 먹을 음식을 놓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버가 배달기사에게 좋은 경험을 전해주자 기사들도 고객에게 이를 돌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월부터 일본 택시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 관련 규제를 푸는데 우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일본 정부를 설득했나?

▶야마나카 시로 우버 일본 모빌리티 GM(총괄) = 우버는 택시 요금 정책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있다. 여기서 2019년부터 몇몇 국가에서 시행해온 우버의 탄력요금제인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제도가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얼마나 이득이었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이를 통해 수요·공급 변화에 따라 최대 50% 안팎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법은 통과됐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실제 탄력요금제를 시행하지는 못했다. 현재 150개가 넘는 일본 택시회사들과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앨리 두베 우버 일본 마케팅 총괄이 19일 일본 센다이 라쿠텐 이글스 홈 야구장에서 한국·대만·홍콩 기자들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앨리 두베 우버 일본 마케팅 총괄이 19일 일본 센다이 라쿠텐 이글스 홈 야구장에서 한국·대만·홍콩 기자들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일본 파트너와의 협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특별히 진행 중인 사례가 있는가?

▶앨리 두베 우버 일본 마케팅 총괄(이하 앨리) = 라쿠텐이라는 회사와 지난해부터 '우버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센다이에 있는 '라쿠텐 이글스' 홈 야구장에서 우버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20개 게임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 반응이 매우 좋았다. 이를 통해 라쿠텐과의 신뢰를 얻었고 올해는 전 경기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다.

우버와 라쿠텐은 매출 증대를 위한 새로운 협력도 지속 발굴하고 있다. 라쿠텐 카드 회원에게는 우버1 멤버십 혜택을 4개월간 공짜로 제공하고, 우버 서비스를 결제하면 라쿠텐 포인트를 쌓는 등의 방식이다. 이제 막 시작된 협력이기 때문에 다양한 파이프라인(서비스 종류)을 늘려갈 계획이다.

-우버는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배달·여행·이벤트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하며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우버는 어떻게 신규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는가.

▶앨리 = 로컬에서 작은 파일럿 서비스를 진행한 다음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우버 라이브'도 현지팀이 기획한 파일럿 서비스다. 우버이츠의 픽업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 페스티벌 등 현장성을 살린 별도의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우버 라이브 반응이 좋아 다른 스포츠 경기장이나 '후지 락 페스티벌' 등으로 확대를 논의 중이다. 각 지역의 파일럿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글로벌팀이 추가 피드백을 받아 더 많은 국가로의 확대를 논의하기도 한다.
  • 기자 사진 도쿄, 센다이=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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