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돌변 "최대주주 오르겠다"…하이브에 선전포고 왜?

윤지혜 기자 기사 입력 2023.03.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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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1.25조 규모 SM 지분 35% 공개매수
"SM과 파트너십 유지 위한 불가피한 선택"

/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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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69,800원 ▼200 -0.29%)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에 관심없다던 카카오가 돌연 "하이브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르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약 6조원의 현금을 활용해 '쩐의전쟁'을 본격화한다. 김범수 창업자가 미래 10년 키워드로 제시한 '비욘드 코리아·모바일'을 위해선 SM과의 사업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절박감에서다. 다만 과도한 비용 지출로 기업경영이 부실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카카오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SM 지분 35%(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씩 총 1조2500억원에 공개매수 한다고 공시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24일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입금된 투자금(8975억원)의 70%를 쏟아붓는다. 공개매수 후 카카오(20.78%)와 카카오엔터(19.13%)의 SM 지분은 총 39.91%가 된다. 이는 당초 하이브가 공개매수 당시 목표했던 지분율이다.

하이브는 지난달 28일까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에스엠 지분 1% 제외하고 단 4주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수만 전 SM 총괄로부터 사들인 14.8%에 풋옵션이 걸린 3.65%, 이번 공개매수 확보 지분까지 19.43%에 불과하다. 이 전 총괄이 제기한 SM 유상증자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공개매수에 실패하면서 카카오로선 '해 볼 만한 게임'이 된 셈이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6003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카카오엔터가 유치한 1조1540억원의 투자금을 더해 하이브보다 25% 높은 공개매수가를 제시했다. 카카오는 "SM은 거대 글로벌 엔터기업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SM과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게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했다.


3년 공들인 SM 인수…김범수 꿈 이룰 핵심열쇠


지난해 4분기 써클차트 기준으로 카카오엔터(스타십·IST) 시장점유율은 4.3%로, 2위인 하이브(23.7%)와는 격차가 크다. 그러나 SM(20.7%)을 인수하면 단숨에 점유율이 25%로 치솟는다. 카카오는 올 3분기 기준 20.7%인 해외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인데, 같은기간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62.9%(3727억원)에 달하는 SM은 핵심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내걸었던 '비욘드 글로벌&모바일' 달성에 안성맞춤이란 평가다.

잇단 M&A(인수·합병)로 덩치는 키웠지만 적절한 시너지 방안을 찾지 못하는 카카오엔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SM 인수가 불가피하다. IPO(기업공개) 시 카카오엔터 몸값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영신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 그룹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SM이 슈퍼 IP(지식재산권)를 카카오에 일방적으로 던져주는 구조"라며 "(하이브의 SM 인수는) 양쪽의 균형이 보이지만 카카오의 SM 인수는 어느 한쪽이 얻는 게 많아지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SM의 아티스트에 AI·메타버스 등 카카오의 IT기술을 더하면 시너지는 더 커질 것이란 기대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지난 2020년부터 이 전 총괄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등 3년을 공들였다. 다만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채용을 중단하는 등 긴축경영에 들어간 카카오가 당초 투자 예정금액보다 6배 이상인 거액을 베팅하는게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다.


하이브 공개매수 방해했나…마지막날 지분 4.9% 매수


김성수 카카오엔터터인먼트 대표는 지난달 27일 "SM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후 카카오, 카카오엔터가 28일부터 SM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 /사진=카카오
김성수 카카오엔터터인먼트 대표는 지난달 27일 "SM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후 카카오, 카카오엔터가 28일부터 SM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 /사진=카카오
다만 시장기만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달 7일 SM 지분 9.05% 인수 발표 당시만 해도 "사업 제휴를 위한 투자로 경영권 인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던 카카오가 한 달 만에 돌연 태도를 바꿔서다. 카카오는 하이브가 3자(SM-카카오-카카오엔터) 사업협력계약 즉시해지를 요구해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카카오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SM 지분투자는 경영권과 관련 없는 사업제휴 목적의 투자였다"고 기재했는데, 법원이 가처분 인용 결정(3월3일)을 내리기 전인 지난달 28일부터 카카오는 3.28%, 카카오엔터는 1.63% 지분을 사들여 사실상 거짓말한 셈이 됐다.

더욱이 지난달 28일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다. 당일 SM 주식은 전일 대비 6.07% 오른 12만7600원에 마감돼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공가능성을 낮췄다. 하이브가 제시한 가격(12만원)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장내매매해 주가를 끌어올린 데다, 공시의무가 발생한 지분율 5% 미만(카카오·카카오엔터 합산 4.91%)으로 사들인 것도 시장 교란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16일 IBK 투자증권 판교점에서 SM 주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대량매입이 있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엄정 대처를 약속했는데, 자칫 28일 카카오·카카오엔터의 주식 매집으로 불길이 옮겨붙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금감원이 조사하는 16일 매수자는 당사와 무관하다"라며 "28일 매수도 공개매수 방해 의도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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