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지방소멸과 지역창업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3.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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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문제를 지역창업 활성화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가 지난해 부산 스타트업 대표 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지역 스타트업의 고충을 잘 보여준다. 설문조사 결과 '부산에서 계속 사업을 하겠다'는 창업가는 44.2%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나머지는 부산을 떠날 계획이거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부산지역 창업가들이 본사 이전을 고민하는 것은 자본과 인재 등 창업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부산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인가'라는 질문에 창업가의 44.2%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답한 창업가는 13.7%에 그쳤다. 특히 이들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유치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창업가 의 90% 이상은 초기·후속투자 모두 '매우 어렵다'거나 '어렵다'고 했다. 부산은 서울, 경기, 인천에 이어 창업기업(2021년, 법인기준)이 가장 많은 도시다. 부산이 이 정도니 다른 지역들은 말할 것도 없다.

창업생태계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6조1376억원에 달했지만 이중 80% 이상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부산의 경우 벤처투자액이 1370억원으로 전체의 2.2%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5년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가 이 정도다. 투자인프라와 전문인력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벤처·스타트업 전문 투자기관인 벤처캐피탈의 90% 이상, 스타트업 보육기관인 액셀러레이터의 68% 이상은 수도권에 위치한다. 특히 벤처캐피탈의 투자 전문인력은 80%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 벤처투자가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갈 밖에 없는 구조다.

창업생태계에도 양질 전환의 법칙은 작동한다. 일정수준 양적 변화 없이는 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국내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22개사 중 비수도권 기업이 전무하고 아기유니콘과 예비유니콘 기업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는 이 같은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투자유치가 점점 힘들어져서다. 지역 스타트업 사이에선 '살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역 스타트업 홀대는 쏠림현상의 또다른 단면이다. 경남권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경남권 신선식품 배송 전문 스타트업 A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50억원대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는 서울 B사보다 기업가치가 4분의1 수준에 그친다"며 벤처투자 시장에 지역 디스카운트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소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역 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에 나서도록 민관이 함께 지역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정부가 올해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시대'를 위해 중앙정부의 권한이양 등 지방분권을 본격 추진키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지역창업 활성화를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운신 폭을 넓히고 지역 내 산학연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캠퍼스 혁신파크 확대, 규제자유특구 고도화 등 지역 특화사업 및 인프라 조성사업도 강화해 지자체의 지역창업 활성화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노력에 더해 비수도권 창업생태계에 벤처투자의 물꼬를 터주는 것도 필요하다.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을 활용해 수도권 중심의 벤처투자를 비수도권으로 확산해야 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완화 등 투자자 다변화로 벤처투자의 절대규모를 키우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창업-투자-성장-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지방시대가 비수도권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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